
금융감독원 주도의 은행 전문인력 양성지원 필요
일반적으로 적합성 검증(validation)이란 리스크 측정을 위한 모형 및 이와 관련된 절차와 구조를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적합성 검증은 통계적 기법에 의하여 리스크 추정치와 결과치를 비교하는 양적 검증(quantitative validation)만으로는 불충분하며, 모형설계, 자료의 정확성, 문제해결절차 등과 같은 질적 검증(qualitative validation)도 함께 수행되어야 한다. Basel II하에서 시장, 신용, 운영리스크에 대한 은행의 리스크 측정결과는 BIS비율 산출로 직접 연결되므로 측정모형이 해당 은행의 리스크 수준을 적절히 반영하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Basel II 요건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자체적으로 리스크 측정모형에 적합한 검증방법을 갖추고 양적겵珦?점검을 주기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 감독당국은 금융회사가 수행한 적합성 검증절차 및 결과 등의 타당성을 검토하여 자체 모형의 사용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특히, Basel II 체계하에서는 BIS비율 산출을 위한 리스크 측정모형에 대한 은행의 자율성을 폭넓게 허용하므로 엄격한 적합성 검증이 요구된다. 해외 선진은행들은 은행 내부에 모형 개발 및 운영 부서와 독립적으로 적합성 검증조직을 구성하여 모형에 대한 적합성 검증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모형을 개발한 사람들이 보지 못한 문제를 제3자의 시각에서 파악하여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모형운영과정에서의 오류(model risk)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현재 Basel II의 고급법(신용-내부등급법, 운영-고급측정법)을 도입하였거나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은 독립적인 적합성 검증조직을 구축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하는 등의 기본적인 검증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지방은행을 비롯한 다수의 국내 은행들의 경우에는 내부 데이터가 부족하여 모형의 신뢰성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리스크 측정시스템의 구축에 비해 적합성 검증노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하고, 일부 은행은 적합성 검증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본적인 적합성 검증체계를 구축중인 대형 시중은행들의 경우에도 자체 전문인력 부족, 경영진의 관심 부족 등으로 실효성 있는 적합성 검증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적합성 검증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모형에 대한 깊이 있는 통계적 지식뿐 아니라 은행의 리스크관리 업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전문인력이 극히 부족하여 은행들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적합성 검증조직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적합성 검증조직이 구성되어 있는 은행의 경우에도, 적합성 검증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검증조직에 대한 적절한 권한 부여 및 업무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하나 검증업무 담당자들은 이에 대한 은행 경영진의 이해 및 지원이 아직까지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한, 적합성 검증(validation)과 검증 리뷰(validation review)의 책임과 역할에 대하여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아 은행내에서 적합성 검증 및 검증리뷰 업무 실행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적합성 검증의 업무범위와 검사부서의 검증리뷰 업무에서 통제구조(governance), 관리체계(framework) 등 상당 부분이 중복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칙적으로 적합성 검증은 금융회사에서 리스크 측정모형 등을 사용하기 전에 이 모형을 사용해도 괜찮은지를 확인해보는 목적이라면 독립적인 제3자의 점검 및 검증 리뷰는 검증을 통과해서 이미 사용 중인 모형이나 시스템이 원래의 목적과 절차대로 (즉, 규정대로) 운영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원칙적으로 업무구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을 현실에서 적용하려고 하는 경우 여전히 업무중복의 문제는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해외 선진은행에서 적합성 검증조직은 통계 전문가들을 위주로 하여 모형에 대한 양적 검증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내부 검사부서에서는 내부통제 및 리스크 전문가들을 위주로 적합성 검증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전반적 점검을 수행하는 것으로 구분하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검증이나 점검을 위한 전문인력이 부족한 형편에서 여타 업무에 대한 검사를 통하여 역량이 축적된 검사부서에서 통제구조 등 질적 검증을 담당함으로써 적합성 검증조직과 검사부서에서 모두 양적·질적 검증을 수행하는 것의 비효율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은행 입장에서 적합성 검증조직에 일상적으로 과다한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적합성 검증 관련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현실을 감안해볼 경우, 금융감독원의 주도로 [(가칭) 적합성 검증 포럼]의 구성을 통하여 은행내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감독원의 리스크 전문가, 학계 교수, 외부기관의 박사급 연구원 등이 참여토록 하여 가이드라인 수립, 검증방법론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적합성 검증 관련 국내 금융권의 문제점들은 리스크 측정모형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Basel II 승인심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국내 은행들의 리스크관리 수준 및 BIS비율의 신뢰성에 대한 해외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평가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시급히 극복해야할 문제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