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A의 구애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BoA의 열렬한 구애에도 불구하고 2009년 1월까지 메릴린치의 개인투자자 대상 투자상담사중 760명이 회사를 떠났다. 약 5.2억 달러의 고객자산을 맡고 있던 팀이 Raymond James & Associates로 이적하는 등 타 증권회사로 이적한 경우도 있지만 약 9억 달러의 고객자산을 맡고 있던 팀이 자신들의 이름(William Lomus, William Loftus, Kevin Burns, Jim Pratt-Heaney)을 딴 자문회사(LLBH Group Private Wealth Management)를 설립하는 등 독립 투자상담사(Independent Financial Adviser, IFA)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 객관적 투자자문의 부상
미국은 일찍부터 투자상담사를 통한 간접투자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nvestment Company Institute, ICI)에 따르면 1990년에 미국 투자자의 70%는 투자상담사를 통하여 펀드에 투자했고, 퇴직연금을 통한 펀드투자가 활발해진 2008년에도 여전히 미국 투자자의 54%가 투자상담사를 통하여 펀드에 투자하고 있었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노후대비로 옮겨갔다. ICI 자료에 따르면 2008년에 미국 펀드 투자자의 76%는 투자의 목적을 퇴직 후 생활 대비로 꼽았다. 투자자들은 단일 투자상품 권유보다는 생애재무설계를 통한 복합적 자산관리를 선택하게 되었고, 투자자 개개인에 적합한 객관적 투자자문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더구나 금융기관과 투자자 간 이해상충이 문제가 부각되면서 금융회사에 고용되지 않아 투자자와의 이해상충을 줄일 수 있는 독립 투자상담사가 인기를 얻었다. 고객의 자산에 대한 일정 비율을 보수로 받는 독립 투자상담사는 금융회사의 이익을 고려하기보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하는 객관적 자문제공이 가능하다. 여기에 Charles Schwab Institutional이나 Passing 등 독립 투자상담사 지원 서비스 제공 업체가 등장하면서 독립 투자상담사를 이용하든 대형 금융기관을 이용하든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 큰 차이가 없게 되자 독립 투자상담사는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다. 2003년에 있었던 펀드판매부정사건은 이런 움직임을 더욱 가속시켰고 1999년 말 이후 IT 거품이 꺼지면서 직접 투자의 한계를 실감한 많은 직접 투자자들이 투자상담사를 통한 투자로 전환한 것도 주목된다.
◇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의 영향
최근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로 이런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Charles Schwab Institutional에서 실시한 독립 투자상담사 대상 설문조사 2009년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한창인 2008년 7월부터 2009년 1월까지 독립 투자상담사의 91%에게 신규 자금 유입이 있었다. 유입 자금의 원천은 전통적 증권회사 고객 45%, 타 금융기관 고객 30%, 직접 투자자 25%였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전통적 증권회사를 피하려는 투자자들과 스스로의 의사결정에 한계를 느낀 투자자들이 옮겨 왔음을 알 수 있다. 투자자들은 금융위기 때문에 증권투자나 투자자문 자체를 피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신뢰할 수 있는 자문」을 찾은 것이다. 고객들이 옮긴 첫 번째 이유는「이전 금융기관에 대해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69%)」이고, 다음은「보다 자신에게 적합한 자문을 얻고 싶기 때문(64%)」이며,「과거 6개월 동안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라는 답은 절반 이하(48%)에 머물렀다. 고객의 피해가 대수롭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손실을 이유로 든 투자자의 비율도 전년 조사에 비해 가장 큰 증가폭(30%→48%)을 보였기 때문이다.
◇ 고객의 이익을 위하여 경쟁하는 미국시장
물론, 독립 투자상담사만이 이러한 객관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증권회사가 독립 투자상담사와 유사한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Edward Jones(Ed Jones) 증권회사는 생애재무설계에 기반을 둔 객관적 투자권유라는 영업 방침을 확고하게 유지하면서 투자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덕분에 Ed Jones는 대부분 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을 실시한 2008년에 오히려 2,528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었다.
또한 Ed Jones는 Forbes지가 2009년 1월 발표한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서 2위를 차지했으며 종업원 1만 명 이상 대형기업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Fortune지의 조사는 2009년이 열 번째인데 Ed Jones는 그 중 7년 간 상위 10위 안에 들었고 2002, 2003년에는 1위를 차지했었다.
다만, Ed Jones는 누구나 모방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 Ed Jones는 1922년 설립 이후 투기적 저가주(4달러 미만의 주식), 신설 기업 주식(창업 후 최소한 10년이 넘지 않은 기업), 단기 주식 추천, 마켓 타이밍, 온라인 거래 등 고객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투자 상품이나 투자방법을 제공하지 않는 등 투자자 중심의 영업을 해 왔다.
JD Power & Associates가 선정한 “2009 소비자 만족평가”의 종합 투자회사(Full Service Investment Firm) 부분에서 Ed Jones가 Charles Schwab보다 높은 평가를 받아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이다.
만일 Ed Jones의 경영진이 교체되는 경우 어떤 변화가 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고객과의 이해상충을 원천적으로 단절한 독립 투자상담사 제도가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는 시장에 훨씬 바람직한 이유이다.
이처럼 미국 시장은 독립 투자상담사든 증권회사든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객관적 투자자문이 돋보이는 시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앞으로도 고객의 이익을 우선하는 회사는 성공할 것이다.
고객의 이익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하는 회사는 비록 단기간에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생애재무설계에 기반을 둔 객관적 자문업무가 활성화되는 모습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