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험 높아 제도권 금융기관 소극적
저축은행 업무 지방은행 수준 확대 허용
금융위기로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이 절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민금융기관을 통한 소액신용대출 활성화로 공급측면의 중층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정찬우 선임연구위원은 ‘서민금융체계의 확립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서민금융시장을 조망해 봤다.
◇ 상업적 원리에 의한 서민금융활성화 어려워
이 보고서는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저소득층 금융지원사업을 수행해 왔는데,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서민층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지원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역할이 확대되자 서민금융기관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서민금융시장이 위축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민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 이를 바탕으로 서민금융기관의 신용위험 부담 및 자금공급 여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지표상으로도 서민금융기관의 경우 은행기준 신용등급 7~10등급에 대한 대출비중이 다른 금융권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난다”며 “사실 서민금융 활성화의 핵심을 저신용계층에 대한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로 정의한다면 이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금융권의 담보대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서민금융기관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정 연구위원은 “다수의 서민이 객관적으로 신용도를 입증하는 것이 힘들고 여신상환능력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순수 상업적 원리에 의한 활성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여신서비스 공급의 계층구조 확립해야
서민금융활성화를 위해서는 여신금융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여신서비스 공급의 계층구조를 확립하고 여신금융업법을 개정해 신용대출이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주요 업무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적 보증기관의 부분 신용보증을 제공해 서민대상 무담보 신용대출에 대한 서민금융기관의 신용위험을 경감하고 이를 통해 상업적 원리에 의해서는 대출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저신용 서민층도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지를 확대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은 “이러한 제반여건이 마련되면 담보대출 금리와 대부업법 금리 상한 사이에서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달리하는 다양한 신용대출상품이 제도권 금융기관에 의해 공급돼 서민금융시장에서 공급측면의 중층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 각 부처 산하기관 등으로 추진주체가 다기화돼 있어 중복지원, 유사성격의 사업에 대한 과다지원, 필요부문에 대한 과소지원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현재의 서민금융지원사업 전달체계를 개선함으로써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별 서민금융기관이 자신의 역량에 따라 금융시장의 주요 축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통해 성장경로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규제완화가 서민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전성 훼손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소유 및 지배구조 개선 등 사전 안전장치를 마련하면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저축은행 등 무담보 여신서비스 바람직
일반적으로 여신시장은 신용위험의 정도 및 대출자의 유형에 따라 대기업, 중견기업, 우량 중소기업, 저신용 중소기업 및 영세기업, 주택금융 및 고신용 가계, 저신용가계의 6개 고객군으로 분류된다.
은행은 대기업, 우량중소기업, 주택금융 및 고신용 가계 등 신용도와 담보력이 좋은 고객군에 대한 금융공급을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 연구위원은 “서민금융과 관련해서는 은행이 고금리 부과가 불가피한 서민 대상의 소액신용대출을 직접취급해 평판위험을 초래하는 것보다는 자회사 설립을 통해 서민금융시장에 진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는 단기 신용공여를, 기타 여신전문회사는 시설자금 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리스사 및 할부금융사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투자위축 내부유보 증가 등으로 기업의 시설자금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자동차 리스를 주 업무로 영위하고 있다. 이는 이들 기관이 금융기관으로서의 성격을 점차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은 “리스 및 할부금융회사가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기관 등 서민금융기관은 여신측면에서는 지금도 서민층을 고객군으로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무담보 여신서비스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위원은 “서민에 대한 담보위주의 여신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며 “또한 소액신용대출은 수요의 지속성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으며 서민층의 신용위험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신용평가 방식의 개선과 신용도에 따른 금리차별화로 상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보증기관의 부분 신용보증 필요
서민층에 대한 소액신용대출은 높은 잠재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신용위험이 높아 제도권 금융기관이 취급에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공적 보증기관의 부분 신용보증을 통해 서민금융기관이 무담보 신용대출을 취급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최근 정부가 신용회복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을 통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긴급 생활안정자금 및 운영자금 대출을 위한 신용보증에 나서고 있는 것은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양호한 서민뿐만 아니라 그렇지 못한 서민이 금융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보증지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상자의 신용위험을 감안한다면 일정부분 원금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들의 상당수가 정부재정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빈곤층으로 전락한다면 그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공공부문의 서민금융지원 정보 원스톱 제공
우선 지원 신청자가 공공부문의 서민금융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상담센터를 전국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는데 기존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자산관리공사 본·지사, 신용회복위원회 본·지사, 소상공인 지원센터, 그리고 기초자치단체를 활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각 상담센터에는 해당 기관직원, 퇴직 전문가,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지원 신청인에 대해 가장 적합한 지원제도를 소개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맡기면 신청자의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의 지원사업 중 소액신용공여의 경우 신협, 새마을금고, 농·수협 지역조합 등 상호금융기관 중 우수기관을 기초자치단체 관할 구역당 1개 이상을 선정해 서민금융 인증기관으로 지정하고 이들을 전국 네트워크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은 “현재의 보증지원 업무를 이들 인증기관에 위탁해 운영한다면 지원대상자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보증은 부분보증으로 해 부실 발생시 인증기관이 손실을 분담하도록 함으로써 이들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각 지원제도, 상담센터망, 인증기관망으로 구성된 전국 서민지원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정해 각 사업실적을 분석·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규모 및 내용을 재조정하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현재의 서민지원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상호금융기관 자회사 통한 자산운용업 허용필요
자체 회생 불가능한 서민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편 건전성 감독 강화를 전제로 규제완화를 병행해 서민금융기관의 성장경로를 개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호금융기관은 연합회 및 중앙회가 자회사, 합작회사,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증권사, 모기지전문회사, 부동산신탁회사 등 다양한 자산운용업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들 투자전문 자회사는 자체적인 영업점을 설치하지 않고도 조합 점포망을 통한 판매 및 운용 수익의 내부화가 가능하다”며 “반면 개별 조합의 경우 정책적 지원보다는 건전성 위주의 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또 정 연구위원은 “개별 조합이 지금처럼 예대업무를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더라도 중앙회의 자회사 상품판매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면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저축은행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업무영역을 지방은행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규제완화 범위 및 정도는 개별 저축은행의 건전성, 자본 적정성, 소유 및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따라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개별 저축은행이 자산의 여건과 전략에 따라 업무영역 범위와 성장경로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규제완화가 이뤄지더라도 은행권에 비해 높은 조달금리 등을 감안하면 일본 제2지방은행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민금융시장은 저축은행의 핵심영역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용등급 8~10등급 가계대출잔액 규모 및 비중 추이1) 〉
(단위 : 백억원,%)
주 : 1) 월말잔액기준, ( )는 각 권역별 전체가계대출대비 비중
2)은행은 외국은행 포함 3)카드론 (자료 : 한국신용정보)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