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칼럼] 리스크관리, 측정을 넘어 예측〈forecasting〉으로](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070519193595568fnimage_01.jpg&nmt=18)
시나리오에 기반한 예측을 통해 선제적 리스크관리 실현해야
1997년 말 IMF 외환위기, 2002년 카드사태로 촉발된 소비자 금융대란, 그리고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일련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의 리스크관리에 대한 인식과 대응체계, 관리조직, 리스크평가 방법론 등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어왔다. 특히, 대공항 이후 최대 금융위기라 불리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전세계는 전례 없었던 금융 혼돈(chaos)을 경험하게 되었고,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모두가 리스크를 말하고 있지만 정작 조직의 문화로서 체화(體化)시켜 관리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금융회사에서 리스크 관리조직은 단순한 기능조직의 하나 또는 일부로서 존재할 뿐, 최고 경영진을 비롯한 조직 구성원의 실제적인 관심사에서 멀어져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카드대란은 벌써 먼 예전 일이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태평양 건너 불구경이 되었다.
위기는 패턴을 달리해서 반복된다. 진정한 위기의 본질은 리스크관리 문화가 전사적으로 정착되어 있지 않음에 있다. 미국 웰즈 파고(Wells Fargo) 은행본부 내부에 들어서면 이런 글귀가 있다. “잘못된 CRM 관리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리스크관리는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은행 생존의 문제이다.”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은 웰즈 파고의 예를 통해 얻어진 교훈은 이제 리스크 관리가 기업 전체를 지배하는 문화로 패러다임을 옮겨가야만 불확실한 시장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은행의 신용리스크 관리업무는 대부분 연체율 보고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마 중계식으로 전월 대비 몇 %p 증감을 보고하는데 그치고 있는데, 이러한 보고는 경영진의 입장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 판단할 수 있는 정보와 근거가 너무 빈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스크관리는 흥미롭지 못한 어렵고 지겨운 업무로 전락한다.
연체는 그 자체가 이미 사후적 지표일 뿐이다. 만약, 향후 6개월, 1년, 그 이상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사전적/선제적 리스크관리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필자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에 하나로 ‘시나리오에 기반한 신용리스크 예측(scenario-based forecasting)’을 주목한다.
여기서 시나리오란 여러 가지 가정(추측)을 체계적으로 연결한 것이며 개별 시나리오의 영향력을 추정하는 것이 예측(forecasting)이 된다. 마케팅과 영업계획, 포트폴리오 관리정책, 그리고 거시경제적 환경의 변화가 미칠 영향을 평가하여 향후 6개월 내지 수년 간에 걸쳐 발생할 연체, 신용 손실, 영업수익, 재무적 손익 등을 체계적으로 예측하는 과정을 말한다. 예측을 위한 방법론은 과거로부터 끊임없이 진화 발전해오고 있으며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의 모델링은 대부분 스코어형태로 계좌간 상대적 신용리스크의 서열을 나타내고 있으나, 거시경제변수는 배제되어 있어 외부 경기변동을 감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시나리오 기반의 신용리스크 예측은 거시경제변수의 영향력을 모형으로 측정해 내는데 의미가 있다.
여기서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관건은 시나리오의 구성에 있는데, 이는 위기상황을 적절하게 가정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예를 들면, GDP가 1% 감소할 때 손실에 미치는 영향, 노동자의 실질소득 감소 또는 실업률 증가에 따른 가용자본 증가와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해 낼 수 있다면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예측을 테스트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 금융회사는 현재 리스크를 과도하게 부담하고 있는지, 반대로 자본량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리스크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즉, 경영계획에 따라 ‘what-if’ 시나리오별 경제적 자본(economic capital)을 산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나리오 기반 예측을 실시 할 수 있다면 효율적 자본한도 배분에 매우 유익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시나리오 기반의 예측 모형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요구된다. 우선, 무엇보다 사용 가능한 내부 데이터가 충분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거시경제지표를 비롯한 외부 데이터의 가용성이 추가되어야 데이터 요건이 완벽하게 된다. 그리고 데이터를 재료로 예측을 구현해 낼 수 있는 고도의 모델링 테크닉이 필요하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바로 예측 모형 방법론이다. 선진 금융회사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으므로 방법론의 도입은 시간문제라 할 수 있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란 구호도 금융가에서는 이미 고전이 되었다. 하지만 위기상황과 같은 거시경제 변화를 사전에 진단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방안은 궁색하였다. 국내 금융환경에서 시나리오 기반 예측모형의 의의는 진정한 의미의 선제적인 리스크관리를 가능하게 한다는데 있다.
리스크관리의 역할이 모든 조직원의 관심을 이끌어내며, 최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판단근거를 제시하는 단계까지 성장하여야만 진정한 의미로서 리스크관리 문화의 전사적 정착이 이루어 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리스크관리가 자기만의 틀 속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 모두가 그 중요성과 의미를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시나리오 기반의 신용리스크 예측은 패러다임 변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자, 이제 시작이다.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