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연2.0% 동결 조치는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오히려 추후 인하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경기침체 기조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이와 함께 추경예산안에 따른 국채발행 및 재정적자 우려 등으로 불안요인들이 부각되면서 환율이 단기적으로 국가의 재무적 리스크에 더 민감성 반영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 기준금리 동결 영향 미미 = 지난주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증시에 추세를 반전시킬만한 큰 호재도 악재도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교보증권 변준호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금리인하 사이클이 종료될 것인지 여부가 중요할 수 있지만 추가 인하를 시사하면서 정책적 카드를 남겨둔 속도조절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금리인하의 종결은 경기침체의 저점 통과 인식 확산과 주가반등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이번 동결이 갖는 의미는 인하 사이클의 종료로 받아들이기 힘들고, 경기 또한 현재가 저점이라는 해석의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KB투자증권 주이환 연구원도 “금리동결이 물가를 배경으로 한 것이 아닌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단행했던 인하 효과를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경기 악화에 따른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남게 됐다”고 평가했다. 주 연구원은 “일단 기준금리 인하 중단에도 불구하고 다른 정책들을 통해 경기부양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채발행 증가로 채권시장의 부담이 커질 경우 한은이 매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 등 여타 양적완화 정책은 오히려 신용채권 금리를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총액한도대출 한도 1조원 증액 등이 이와 같은 맥락이다. 대체로 채권시장의 반응은 추경이 구체화되고 있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중장기물의 시세가 강해진 것은 시장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채권시장에서 단기물에 묶여 있던 돈이 점차 중장기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럴 경우 국채 발행에 따른 채권시장의 수급불안의 우려도 상당히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 환율 주요 변수 부각 = 지난주 5거래일중 마지막날 약세로 전환됐지만 주간 단위로 상승세를 보인 주식시장은 금리향방에 대한 반응은 크지 않았다. 동결 자체가 증시에 직접적으로 나쁜 소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향후 주식시장도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기 어려운 제한적 상승이 점쳐진다. 만일 금리동결이 아닌 인하였다면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부추겨 증시에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고 할지라도 시장은 이미 예상됐던 호재였을 것”이라며 “특히 현재 시장은 금리보다 환율에 더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지면 오히려 환율에 부담을 줘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곽 연구원은 “이번 기준금리 결정 이벤트를 통과한 증시는 이제 환율과 대외 여건의 영향 하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미국, 중국 등의 일부 지표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어 이에 따른 긍정적 바람도 국내 주식시장에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박중섭 선임연구원은 “이번 동결조치는 경기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을 한은이 인정하고, 추후 추가 인하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추경편성에 따른 국채발행과 대규모 재정적자 가능성이 원/달러 환율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채발행 증가에 따른 환율의 상승은 안정된 구간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경우 환율이 국고채 발행규모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
박 선임연구원은 “기업실적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박스권 돌파 여부 역시 원/달러 환율이 될 것”이라며 “2월말 현재 실질실효환율지수 기준으로 원화가 20%이상 저평가 돼 있는 상황이라 환율이 1600원을 넘는 오버슈팅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과 추경편성에 따른 불안 요인에 따라 1400원 아래로의 하락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분석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