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부양 효과는 단기에 그치거나 L자형 침체 가능성 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난해 9월 이후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올 세계 경제성장률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의 이목이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경제의 진로에 관심을 집중되고 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식, 부동산 등 위험 자산의 가격이 바닥에 이를 만큼 충분히 떨어졌다고 평가하면서 V자형 미국 경기회복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1990년과 2001년 두 번의 경기 침체기에 단 8개월 만에 회복기로 돌아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분기의 -0.5%에서 크게 확대된 -3.8%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982년 1.4분기 -6.4%에 이어 가장 저조한 수준이며, 올해 1분기는 이보다 더욱 악화된 -5.0%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경기가 26년 만에 최악 수준으로 악화되면서 실업률과 실업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대공황 수준인 25%까지 올라갈 가능성은 없지만, 적어도 10%는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자,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를 ‘근로자 세대의 재난’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 연준(FRB)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로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은 여전히 높은 상태이다.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되었던 미국 주택가격의 하락은 201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브프라임에 이어 프라임 등급의 주택대출 연체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신용카드, 자동차, 그리고 학생 대부 관련 연체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언제쯤 미국 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반전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2008년 12월 전미경제연구소(NBER)은 2007년 12월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되었다고 선언한 가운데 미국의 경기침체 국면은 전후 최장기인 24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연준(FRB)은 미국 경제가 2009년 하반기 들어 다소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2009년 전체로 볼 때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2010년이 되어야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금융연합회(IIF)는 세계경제 둔화는 은행 등 금융회사의 신용손실을 증가시키며 추가 자본 확충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국 경기회복 시기를 2010년 하반기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재의 상황을 위기의 강도, 지속성과 범위 등에서 1929년 대공황 이후 발발한 위기 중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는 비관적인 견해들이 속출하고 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 교수는 “현재의 상황이 제2의 대공황 초기단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언급하였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뉴욕대학의 루비니 교수는 “2008년 말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는 거품 붕괴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심각한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알렌 그린스펀 전 미 연방은행 의장은 “우리는 백년 만에 한번 일어날만한 신용 쓰나미의 한복판에 있다”고 미국 하원에서 고백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용경색과 버블붕괴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위기로 최악의 경우 2년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경기 회복 시기와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 오바마 정부는 현재 대대적인 공공투자 등 신속하고 과감한 재정지출만이 제2의 대공황으로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면서 강력한 추가 경기부양책을 준비 중에 있다.
미국 연방하원은 1월말 긴급 재정지출과 감세 등이 포함된 8,19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법안을 의결 (5,440억 달러 규모의 연방 재정지출안과 2,750억 달러 규모의 감세방안이 포함)하였다. 앞으로도 필요할 경우 경기부양 규모를 확대시킬 태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업 부분의 침체가 심각하여 아직 경기의 바닥 시점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경기회복 없이 금융시장은 안정되기 어렵고, 금융시장이 안정되지 않고서 본격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여전히 취약하다.
이미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은 시티은행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대해 추가 구제금융 지원이 절실해지고 있다.
따라서 경기부양을 통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금융 시스템의 정비가 수행되지 않을 경우, 경기부양의 효과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1990년대 일본이 경험하였던 L자형 장기 경기침체 지속할 수 있다는 경고도 이 때문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