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태양을 보며 새해의 꿈을 기원해보면서도 마음이 무거운 것은 바로 경제위기가 여전히 계속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09년도의 성장률 전망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전망치가 3%대가 주종을 이루더니 곧 이어 2%를 거쳐 1%대 까지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1월달에 발표 예정인 IMF의 수정전망치는 더 하락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특히 상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은 여러 군데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내년에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모습을 보이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1월 20일 미국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고 대규모의 재정정책 패키지가 마련되고 시행될 경우 그래도 생각보다는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돌이켜 보면 1920년대 대공황도 결국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회복의 기회를 마련하였다. 주지하다시피 1929년 10월 24일 주가의 대폭락으로 촉발된 경제위기의 와중에서 취임 7개월 만에 위기를 맞은 후버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끌었고 이 사이 실업률은 1932년 중반 25%까지 상승하였고 경상GDP는 반 으로 하락하였다. 일할 의사가 있는 국민 4명중 한명이 실업자가 되는 엄청난 현실 속에서 1932년 루즈벨트 대통령이 당선되었고 그는 소위 뉴딜정책을 통해 정부의 재정지출확대라는 카드를 가지고 불황을 헤쳐 나가기 시작하였다.
대형국책사업 중심으로 시행된 뉴딜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였고 실업률은 떨어지고 소득은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실업률 하락에는 한계가 있었다. 일자리가 너무 많이 사라지는 바람에 실업률 하락은 시원찮았다. 뉴딜이 본격화된 1933년에서 1937년까지 실업률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10% 아래로 하락하지는 못한 채 12%에서 20% 사이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1937년 중반에 다시 불황이 오면서 20% 근처까지 상승을 하였다. 뉴딜의 효과가 한계에 부딪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2차대전이 발발하면서 미국으로 엄청난 군수물자 주문이 몰려들기 시작하였고 결국 모든 공장이 풀 가동 되면서 실업률이 0% 대까지 수직하락을 하는 행운을 맞이하였다.
1929년 여름 실업률 0%대의 완전고용을 기록한 이후 13년만인 1942년 중반에 실업률이 다시 완전고용 상태까지 이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폭격이 감행된 후 하루만인 12월 8일 미국의 2차대전 참전이 결정되고 나서 1942년부터 미국의 재정적자는 엄청나게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미국의 경기는 초호황 국면으로 돌입했다.
유럽에서는 생산설비가 거의 다 파괴 되고 있는데 미국 본토는 모든 생산설비가 유지되면서 전후까지 초호황이 이어진 것이다. 골이 깊었던 대공황은 빠져나오기 쉽지 않았던 어려움이었던 셈이지만 그러나 일단 빠져나오게 되니 그 과실은 정말 달콤했다.
우선 군수물자의 수출을 금으로 결제하면서 1949년 까지 미국의 금보유량은 세계 전체 금스톡의 72%에 달하게 되었고 결국 미국은 승전국의 위상에다가 금보유량 최고국가라는 영예를 안게 되면서 세계 최강대국으로 등장하였고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하여 브레튼우즈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자신만이 발행하는 달러를 전세계가 다 사용하는 기축통화의 지위로 격상시키는 행운을 안게 되었다.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획득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이 달러를 금으로 교환하는 것을 보장하겠다는 금태환보장의 약속이었는데 이 약속을 믿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미국의 금보유고가 세계 제일이었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한 때문이었던 것을 보면 전쟁을 통해 축적한 금스톡의 힘이 결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드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야구에서 보면 “위기 뒤에 챈스”라는 격언이 있다. 힘겹게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내고 나면 그 다음 공격차례에서 행운이 뒤따르면서 득점기회가 찾아온다는 점을 지적한 말이다. 미국의 대공황은 이러한 격언을 떠 올리게 할 정도로 극적인 측면이 있었다. 위기 뒤에 찾아온 기회를 미국은 움켜잡았고 결국 수퍼파워로 등장을 하면서 전세계를 주도하는 위치로 격상된 것이다.
지금 세계를 둘러싼 위기는 심각하다. 모든 국가가 동시다발로 어려워지고 있고 국가마다 최선을 다해 이 위기극복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1920년대와 다른 점은 국제간에 공조체제가 잘 구축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보호무역주의가 일부 고개를 드는 듯 하지만 본격화되지는 못한 채 잠잠하다는 부분이다. 또한 불황 시에 정부가 나서서 재정지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은 1930년대 루즈벨트와 케인즈가 준 교훈이었고 이 값비싼 교훈을 각국은 되새기면서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위기 국면에서는 일단 불황의 골을 최대한 얕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골이 그다지 깊지만 않으면 그 이후의 문제를 풀어가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역사상 최대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세계 최고의 수퍼파워로 등장한 미국처럼 우리도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면 보다 제고된 위상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불황의 여파로 수많은 기업이 축소되거나 사라지게 될 때 이를 잘 견디어낸 기업은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고 보면 살아남은 자에게 주어지는 열매의 달콤함은 상당 수준에 달할 것이다. 새해에 우리 기업들이 다시 한 번 뛰면서 위기 전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