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주식시장의 침체로 주식거래에 따른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고, 실물경기의 우려 심화로 기업공개(IPO)·인수합병(M&A) 시장도 얼어붙으면서 IB 부문의 성과도 저조하기 때문이다.
◇ 위기관리 능력 제고 주문 =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기존의 높은 수익성과 공격경영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을 맞아 현재 가장 중요한 점에 대해 주저없이 리스크 관리를 꼽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비공개 조찬간담회에서 “증권·자산운용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그 어느 때보다 한층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펀드 불완전판매 논란과 투자자보호에 대한 강조도 역시 빼놓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전 위원장은 이날 최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증시안정을 위한 공동펀드 조성 노력 등 업계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자통법의 본디 취지를 올바르게 살릴 수 있도록 업계의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 체제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종창 원장도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투자자의 민원, 분쟁 등이 크게 늘고 있는 점을 들어 업계가 관심을 갖고 예방과 민원 해소에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원장은 “최근 실물 경기 침체 조짐과 관련해 업계가 자금운용 등 리스크 관리 강화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임직원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여부를 상시적으로 관리하고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회의에는 대우·메리츠·우리투자·현대·동부·키움·한국투자증권 7개 증권사와 미래에셋·삼성투신운용·KB자산운용 등 3개 운용사 CEO가 참석했다.
◇ 강화 움직임 가속화 = 업계의 리스크 관리 능력 제고를 위한 노력들도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삼성증권의 경우에도 분석가들은 업계 최고의 자본력과 함께 최고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관심이 집중됐다.
삼성증권은 메릴린치에서 리스크 관리 업무를 맡았던 권경혁 전무를 리스크관리팀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업계는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영업조직이나 리서치 조직에 대한 재조정에 불구하고 리스크 관리 인원에 대해서는 보강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내년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도 기존 사장 직속이었던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이사회의 산하 조직으로 격상하기도 했다. 대우증권은 올들어 리스크관리부 산하 심사파트를 분리해 심사부로 확대하고 인원도 양부서 28명으로 18명을 늘렸다. 기존의 리스크관리부가 증권 관련 규정과 파생상품 분석을 전담한다면 새로 분리 승격된 심사부는 자기자본투자(PI)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전담한다.
리스크관리 시스템 구축도 줄을 잇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 자금세탁방지(AML) 등 도입을 대비한 것이다.
특히 신설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장외파생(OTC)상품 거래 겸영인가를 빨리 받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