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시 확대와 외부 평판 위험
세번째는 금융기관의 복잡한 경영 상태에 대한 광범위한 양적 및 질적인 공시 규정이다.
특히, 소위 “경영자의 눈(Eye of management)”이라는 개념하에 금융기관들의 경영자들이 내부적으로 보고받는 정보 수준에 대하여 외부 공시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바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재무 회계뿐 아니라 관리 회계 및 리스크 관리 시스템의 질적/양적인 정보에 대한 공시와 이를 위한 내부 관리 수준의 상당한 개선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재무 회계와 관리 회계 및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다른 목적으로 별도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IFRS에서는 이러한 다른 목적의 정보를 일관성있게 또는 설명 가능한 상태로 시장에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간의 정합성 제고 문제는 데이터의 질을 상당 부분 제고하여야 하는 과제와도 연계가 된다.
만일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이러한 정교한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실패하거나 또는 다른 접근 방법으로 이러한 정보 제공을 회피하는 경우에는 이는 결국 시장에서 개별 금융기관의 경영 수준에 대한 평판 리스크로 귀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러한 재무 보고 이외에 금융 기관의 비즈니스 관행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바 예컨대, 공정가치의 확대로 인하여 금융 상품 설계시에 이러한 손익 변동성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나 신용 거래시 차주의 재무제표가 IFRS로 작성되는 경우를 대비한 심사역 교육 및 신용평가시스템의 변경 및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도입 가능한 매크로헷징(Macro Hedging) 등 경영 전반에 걸친 글로벌 프랙티스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 성공을 위한 조건
그러나 이러한 IFRS의 도입은 회계 기준의 변경과 이를 제도화하고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개별 금융기관의 경영진의 노력으로만 성공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회계는 광의로 보아서 역사와 사회 및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재무보고의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을 기본 방향으로 정한 일 만큼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한 사회 전반적인 의식 구조, 관련 법률 및 제도와 금융 감독 체계 등을 포함한 인프라 변화의 속도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이다. 만일 이러한 속도에 대한 미스매칭(Mismatching) 문제가 있다면 사회적인 혼란과 자본 시장에서의 기회비용이 발생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IFRS의 원칙주의를 도입하기 위한 가장 큰 걸림돌중의 하나는 지난 30여년간 시장에 형성돼 온 의식구조라 할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근본적으로 원칙중심 문화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으며 규정대로만 하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감독당국이 정해진 법률을 기반으로 유권해석을 내리고 회계 전문가가 판단한 내용을 자신들의 잣대로 재평가, 처벌의 기준으로 삼은 관례 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금융기관의 경우 이러한 규정 중심의 문화가 다른 산업에 비하여 더욱 강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차별화보다는 평준화 내지 상호의존 경향의 의식 구조가 남아 있고 이러한 의식 구조는 IFRS를 도입함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규정 중심의 문화와 굳어진 사고방식은 전체적인 회계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키게 되었고 이러한 현상들이 맞물려서 우리의 회계 수준의 질을 세계에서 꼴찌 수준으로 평가받게 한 것이 아닐까?.
자본주의에서 공짜 점심은 없다고 한다. 총론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와 회계 투명성 확보라는 사회적인 가치를 만드는 과정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전제가 되고 각론 차원에서 이를 위한 유관 기관, 기업 및 금융기관들의 치밀하고 체계적인 계획과 실천이 된다면 앞으로 자본 시장에서 더 이상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닌 코리아 프리미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