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시장 대란설이 현실화될 것인지 여부는 외국인 투자자의 손에 달렸다.
작년 9월 국내 금리 수준이 꼭대기라고 판단한 외국인들이 1년물 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했고, 만일 이 물량을 모두 처분하면 채권시장에 위기가 닥친다는 것이다.
서준식 SH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게 예상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라고 일축했다. 서 팀장은 “9월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 가운데 일부는 이미 환매됐다”며 “만약 나머지 물량이 한꺼번에 나온다고 해도 한국은행이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bp 올렸지만 현재 금리 수준은 시장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채와 은행채, 회사채 간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번 금리 인상으로 얻은 것보다 기업, 은행, 일반서민에게 돌아갈 어려움의 크기가 더 크다”며 “추가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팀장은 “물가 우려가 감소되면 금리는 다시 방향을 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같은 이유로 지금이 채권에 투자하기에 적기라고 주장했다. 최근 우량채권 수익률은 연 7~8%에 이른다. 7.2% 연복리로 10년이면 원금이 두 배가 되는, 자산가들도 매력을 느낄 정도가 된 것이다.
서 팀장은 지난 6월 채권투자 안내서 ‘왜 채권쟁이들이 주식으로 돈을 잘 벌까?(팜파스)’를 출간했다. 재테크서적에 대한 인기가 높은 요즘도 유독 채권 관련 서적만은 그런 인기에서 벗어나 있다. 채권투자는 기관이나 자산가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져서다. 하지만 서 팀장의 책은 벌써 2쇄에 들어간다고.
“기존 재테크 서적은 대부분 뜬구름 잡기더라. 예를 들어 통장을 나누라는 조언이 많던데 사실 통장 나누기는 수익률과 아무 상관이 없다. 읽고 따라서 실천할 수 있는 거리는 별로 없고 좋은 말, 맞는 말만 많았다. 과거에 직접 재테크를 하며 필요했던 것들을 되새기며 내가 가진 깊이 안에서 투자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얘기를 전하고 싶었다.”
사실 그의 책 속엔 채권투자 기법보다는 주식 등 투자대상의 미래가치를 계산하는 법이나 예상한 미래가치를 현재 가격으로 할인하는 방법 등이 주를 이룬다. 이것이 바로 워렌 버핏이 선호하는 ‘채권형 주식’을 찾는 법이라는 것이다.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뒤 투자대상의 가치와 미래에 얻게 될 수익을 직접 계산해보라고 권한다.
그런 이유로 서 팀장은 채권투자의 적기라면서도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주식의 밸류에이션도 상당히 낮아져 채권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우량주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ROE가 채권금리의 2배 이상인 우량주라면 채권보다 낫다고 말한다.
서 팀장은 마지막으로 일반 투자자를 상담하는 일선 영업점의 PB, FP들에게 “판매 당시에 인기가 좋은 주식형펀드로 모멘텀 투자만 권할 게 아니라, 철저한 가치분석과 자산배분을 위해 2, 3년 이상의 장기채권투자나 채권형펀드 가입도 적절히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창경 기자 ck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