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금융기관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등을 한데 묶어서 이것을 또다시 여러 조각으로 쪼개서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면서 발생했다. 이런 과정에서 CDO(부채담보부채권), CLO(대출담보부채권), 등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이 대규모로 발행되었다. 당초의 기초자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몇 갑절이 넘는 다단계 채권발행이 되었다. 이를 통해서 대규모 자금이 주택금융뿐 아니라 기업의 인수합병(M&A), 자사주 매입 및 부실기업자금 등으로 공급되었다. 투자은행들이 CLO를 경쟁적으로 판매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투자자들은 이들 파생상품의 가치와 위험을 잘 알지 못하고 오직 높은 수익률에 끌려서 복잡한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금융기관들도 CLO의 리스크를 잘 알지 못한다.
1980년대에는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에서 금융자유화, 개방화 등 규제완화가 강조되었다. 금리가 자유화되고,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이 확대되고 국가 간의 자본이동이 자유롭게 되었다. 금융자유화와 개방화는 경쟁을 촉진했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규제완화는 금융혁신을 촉진하고 첨단 금융상품을 개발했다. 다양하고 복잡한 파생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누구도 첨단금융상품의 위험과 가치를 잘 알 수 없다. 투자자는 물론 감독당국, 신용평가기관 등도 위험을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금융거래는 자연히 투명성 결여의 문제를 제기한다.
1990년대 동아시아 금융위기는 뭐니 뭐니 해도 투명성의 결여가 위기의 원인이었다.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금융시장은 투명성을 담보할만한 금융의 인프라가 미비했다.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 등이 체계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규제완화에 따라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훼손된 것이 원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금융시장은 발달했지만 규제완화, 금융혁신 및 기술발달에 따른 첨단 금융상품의 출현은 리스크 관리를 어렵게 한다. 금융시장이 낙후된 신흥시장국뿐 아니라 첨단 금융산업을 자랑하는 선진국에서도 금융위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다.
남미의 경제학자, 디아스-알레한드로 교수는 “금융억압이 물러가자 금융붕괴가 온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재발방지를 위해서 위기 후에는 언제나 규제가 강화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대공황과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이 1933년 글래스-스티걸 법안을 도입한 것이다. 은행은 아예 위험한 증권업무 등 투자은행 업무를 하지 못하게 했다.
1999년 폐기될 때까지 60여 년 동안 미국 금융시장을 규제했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도 금융규제 및 감독소홀 등 구조적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 및 금융시스템의 투명성 제고와 금융감독 강화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기업들의 규제완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투명성 확보를 위한 금융규제는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된다. 또한 금융위원회 산하 ‘규제개혁심사단’이 금융규제의 타당성을 심사하여 규제개선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업무영역 관련 규제개선안으로 은행의 일반파생상품거래 및 파생결합증권 발행, 증권회사, 신용카드사간 통합 제휴 신용카드 발급, 보험회사의 지급결제업무 등을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기관의 진입관련 규제도 완화한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간의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진입규제 완화는 금융시장에서 과당경쟁을 일으키고 1990년대의 투자금융회사(단자사) 및 종합금융회사의 몰락을 가져온 원인이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또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품이 복잡해지면 리스크는 커지는 반면 감독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자통법 시행과 규제완화로 국내 금융시장은 사실상 대변혁기(빅뱅)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감독을 개선해야 할 때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규제가 완화될수록 금융거래의 투명성 및 금융기관 경영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감독은 강화되어야 한다. 규제완화가 금융위기를 재발해서는 안 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