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배우자를 수익자로 선택했다고 답했더니 보기와는 달리 시대에 뒤처져 있다고 핀잔을 들었다.
그 설계사가 얘기하기를 요즘 결혼한 사람들이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유인 즉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살이가 워낙 야박스럽다 보니 시쳇말로 언제 헤어지는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자신이 이혼한 뒤 수익자를 변경하는 것을 혹시 잊었을 경우를 한번 상상해 보라는 것이다.
이혼 후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데 덜컥 병에 걸려 자신이 죽으면 나오는 돈 수억원이 따로 살림을 차리고 잘 살고 있는 전 부인에게 지급된다고 생각하면, 땅속에서라도 울화병이 터질 노릇이 아니겠냐는 소리다.
A생보사가 2006년에 총 5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그 보험설계사가 왜 그러한 질문을 했는지 왜 보험가입자들이 배우자를 수익자로 선정하지 않는지를 알 수 있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보험가입시 의사결정을 누구와 상의하는가’를 질문했는데 배우자와 상의한다는 응답의 비중이 남성은 56%를 차지한 반면 여성은 48.3%였다.
특히, 직장을 다니고 있는 기혼 여성은 보험가입 의사결정을 배우자와 상의하거나 배우자가 결정하는 경우는 0%라고 답한 반면 89.1%가 본인이 직접 결정한다고 답해 주목된다.
당시 A생명 관계자는 개별 인터뷰에서 결혼한 직장 여성의 경우 가입시 남편의 동의를 얻지 않고 피보험자를 남편으로 설계하고 보험금 수익자는 자신으로 해 나중에 비자금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한 응답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직장을 다니는 직장여성의 대부분이 남편 몰래 종신보험에 가입한 뒤 남편이 죽으면 그 돈을 자식이나 생계보다는 비자금 명목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보험가입도 이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배우자끼리도 못 믿는 사회가 되면서, 서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이것이 또 다른 보험범죄의 유형으로 전이돼 악용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씁쓸하기만 하다.
이재호 기자 ha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