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은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지배구조 및 조직 운영체제와 관련해 그동안 외부기관에 컨설팅을 진행했고, 그 결과 자회사 중심구조가 아닌 고객 중심의 사업부문별 매트릭스 조직이 바림직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은행은 지난 9일 ‘지주회사설립추진위원회(이하 지추위)’를 개최하고, 조직 운영체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국민은행은 또 오는 23일과 27일 다시 지추위를 열고, 매트릭스형 조직 전환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기로 했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AT커리, 코레이 등 두 군데 외부 컨설팅 기관에 의뢰한 결과, 매트릭스형 조직 전환에 관한 의견이 나와 현재 논의가 진행중”이라며 “지추위에서 결정이 나더라도 이사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조직 운영체제와 지배구조가 확정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매트릭스 조직은 수직적인 법인조직과 함께, 사업별·기능별로 묶는 수평 조직을 함께 갖춘 시스템이다. 즉 은행 등 자회사별로 대표를 두되, 금융그룹내 자회사간 유사한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사업본부 대표를 별도로 둔다는 것이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글로벌금융그룹이 매트릭스 조직체제를 운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지난 3월 하나금융지주가 금융권 최초로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했다.
매트릭스 조직은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꾀할 수 있고, 복잡한 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조직과 인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조직 구성원에 대한 이원적 관리와 지휘체계에 따른 조직 질서의 혼란 등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이 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곧바로 매트릭스 조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트릭스 조직개편을 서두를 경우, 국민은행 조직이 삐걱거릴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노조도 매트릭스 조직체제 전환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매트릭스 조직은 정보와 권한이 분산돼 단위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며 조직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며 “또 행정비용과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할뿐더러 명령체계 등의 갈등이 불가피해 조직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안겨준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어 “매트릭스 체제는 고용불안과 함께 노조의 힘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며 “여기에 직원들을 극도의 성과중심 체계로 몰아갈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 노조 뿐아니라 은행 외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매트릭스 체제로 전환은 곧 국민은행의 지배구조와도 연관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회사 중심의 체제에서는 은행과 증권 등 각 자회사가 독립적 권한을 가질 수 있지만, 매트릭스 조직에서는 지주사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사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지주사 회장이 막강해지면 각 자회사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매트릭스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각 자회사들이 나름대로 사업영역을 구축해야 한다”며 “국민은행의 경우 은행 편중현상이 심한데다, 신설되는 증권 등의 자회사는 포트폴리오가 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트릭스 조직 개편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민은행 지추위에서는 지주회사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