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최근 ‘신용평가제도의 현황과 활성화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직접금융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신용평가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현재 허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하고 복수신용평가제를 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용평가업계는 현재 우리나라 금융시장 환경을 금융선진국과 비교해서는 안되며 실정에 맞는 제도로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신용평가업계 전문가는 “현재 오랜 금융역사를 가진 미국의 제도를 상대적으로 금융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면서 “현실에 맞는 제도의 도입으로 안정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신평3사 과점으로 평가 신뢰도 불신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신용평가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규모가 확대되고 있지만 신용평가 3사의 과점체제 장기화에 따른 경쟁 제한, 신용평가능력 불신 및 평가결과 왜곡 우려 등으로 신용평가 제도가 활성화 되지 못해 직접금융시장의 성장을 원활하게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시장은 엄격한 진입규제와 복수평가 위주의 유가증권 발행 규제 등으로 인해 경쟁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신용평가회사들의 신뢰도 향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
또한 평가등급의 유의성 미흡에 따른 불신이 팽배해 있다고 평가했다. 신용위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적정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동일한 신용등급의 부도율이 연도별로 편차가 크고, 절대적 신용위험에 대한 정보로도 미흡해 신용등급 유지비율 및 부도율 변동성이 큰 경우 신용등급 자체를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 기준 등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
이에 대해 보고서는 신용평가 시장의 과점체제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신용평가회사 진입요건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꿔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등록제는 규모 큰 미국시장서 적합
하지만 이 보고서의 주장에 대해 신용평가업계는 우리나라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개선방안이라고 반박했다.
신용평가업계는 미국 시장의 경우 채권 발행사가 아닌 인수하는 회사에서 신용평가사를 선정해 신용등급을 받게끔 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도 크기 때문에 등록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시장과 비교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신용평가시장은 대부분 회사채·ABS발행에 따른 기업의 신용등급 평가가 대부분이고 선진국과 같은 시스템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등록제를 도입한다면 신용평가 기능이 무너질 것이란 주장이다. 또한 복수평가제도로 나름대로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A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미국은 오랜 금융역사를 바탕으로 규모를 지속적으로 키워온 상황이고 신용평가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한 것도 1년 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이같은 규모가 크고 금융인프라가 발달된 선진국의 경우도 등록제를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섣불리 도입했다가 그나마 어렵게 자리를 잡고 있는 금융인프라인 신용평가업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용평가사들도 신용평가에 대한 질의 향상이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외부적인 충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부통제기능 강화 등을 통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B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만약 외부에서 제도개선 등을 통해 평가 질의 개선을 꾀한다면 신용평가사의 자정 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복수평가제도를 없앨 경우 크로스 체크 기능이 없어지게 되기 때문에 등급을 보고 채권 인수 등을 고려하는 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이를 분석할 수 있는 크레딧애널리스트가 필요해지게 됨으로 사회적 비용 부담이 더 크다고 업계에서는 지적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