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표준안 자체가 또 다른 규제”
생보사들이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시장에 진출하면서 상품표준안을 놓고 생·손보업계간 마찰이 일고 있다.
생보업계의 경우 코페이먼트(co-payment)를 도입해 본인부담금중 80%만 보장하는 형태로 표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손보업계는 시장진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대한·교보·녹십자생명 등은 올 상반기중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을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경우 감독당국의 상품인가를 신청하기 위한 막바지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한생명은 TF팀을 구성해 시장진출을 준비중에 있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민영의보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 것은 최근 신정부가 민영의료보험을 활성화 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민영의보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 생보사 민영의보 시장 진출
그동안 생보사들은 2003년에 실손형 의료보험판매가 허용됐지만 단체 실손형 민영의보만 판매해 왔을 뿐 개인 실손형 민영의보 상품 출시는 미뤄왔다. 시장여건이 여의치 않은 것도 있었지만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민영의료보험의 보장 범위를 ‘비급여 부분과 급여 부분의 본인부담금’에서 ‘비급여 부분’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도 큰 이유가 된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위해 상품표준화와 관리감독체계, 공-사보험 간 정보공유방안 등을 검토하고, 보험업법 등 관련 법령 개정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힘에 따라 상품을 출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생보사들의 실손형 민영의보 시장진출은 이미 예견되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의 신분이었을 당시 ‘금융권 CEO 간담회’에서 교보생명 신창재닫기

또한 최근에 개최된 국회금융정책포럼에서도 생보업계 대표로 참석한 교보생명 신용길닫기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민영의보가 손해율이 높은 상품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기로 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수익이 날 것으로 판단해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상품표준안제정 이견
손보업계에서도 생보사들의 시장진출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
이미 2003년에 상품판매가 가능하도록 결정된 것도 있지만 30여년간 상품을 다뤄온 노하우를 생보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생보사들이 정부가 밝힌 상품표준화에 코페이먼트 도입을 주장하자 손보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생보사들이 준비중인 실손형 민영의보상품은 본인부담금 중 80%는 보험사가 보장하고 20%는 고객이 부담하는 코페이먼트(co-payment)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상품표준화에서도 코페이먼트를 도입해 본인부담금을 8:2로 정형화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제도 도입을 통해 높은 손해율을 안정화시킴과 동시에 또 다른 민영의보 보장 범위제한 등의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반면 손보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손보사들은 본인부담금 100%를 보장하고 있는데다가 KDI연구용역 중간보고서에서도 민영의보의 본인부담금 보장이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코페이먼트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상품표준안을 만드는 것 자체가 민영의보를 규제하는 장치가 되기 때문에 활성화방안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상품표준화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손보사와 같은 조건에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함”이라며 “이미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정된 사항을 굳이 표준화작업을 통해 본인부담금 보장을 제한하는 것은 시장확대에 독이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민영의료보험의 보장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할 당시 손보업계에서 코페이먼트를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바 있어 상품표준화가 진행될 경우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 생보사 상품판매 시일 걸릴수도
이처럼 생·손보사간 민영의보시장을 놓고 갈등이 생기면서 생보사들의 민영의보 상품출시가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손형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생·손보사간 정보공유가 필요한데 현재는 보험금지급단계에서만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손형 상품에는 비례보장제도가 있다.
비례보상이란 같은 위험을 담보하는 2개 이상의 보험계약이 체결되어 있을 경우 실제 손해가 발생한 금액만큼만 각각의 보험계약에서 비례하여 보상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계약자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보험회사의 보험금 누수를 줄이고자 시행한 제도이다.
따라서 보험금지급단계 뿐만 아니라 보험가입단계에서도 정보가 공유돼야 중복가입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데 현재 생·손보사간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으며 의견조율도 쉽지않는 상황이다.
또한 손보사에서도 올 상반기까지 보험가입단계에서 중복가입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빠르면 올 하반기에 정보공유가 이뤄질 수 있지만 업권간 갈등으로 인해 정보공유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교보생명 관계자는 “중복 가입을 막기 위해 보험사 간 가입자의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먼저 갖춰야 하는 등 장애 요인들이 있어 상품출시기간은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ha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