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수익성 확보 차원서 신용대출시장 진출
지난해 대부분 캐피탈들 사상 최대 순이익 잔치
“우리파이낸셜과 기은캐피탈 등 대부분의 은행계 캐피탈회사들이 오는 7~8월경 연 30% 대의 고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시장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캐피탈회사간의 경쟁은 한층 격화될 것이다.” A캐피탈 CEO.
“2006년 말부터 자금조달금리 상승과 경쟁 심화에 따른 운용금리 하락 등으로 이익창출 기초가 되는 순이자마진이 감소하고 있지만 캐피탈회사들의 취급 자산이 급증하면서 최근 2~3년간 최고의 순이익 잔치를 이어가고 있다.” B캐피탈 CEO.
자동차리스 활성화로 인한 리스자산 증가와 주택담보대출 급증 등으로 캐피탈회사들의 실적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PF대출자산 부실화 가능성과 가계부채 부담 증가에 따른 소비자금융채권의 연체율 상승 등의 부담요인이 잠재돼 있어 올해 수익경영 전망은 다소 불투명하다.
이 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올해 여신전문금융시장은 지난해보다 3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 확대를 둘러싼 캐피탈 회사간의 경쟁도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 리스 및 가계대출 연평균 30%씩 성장
매월 일정금액을 내고 차를 이용한 뒤 몇 년 후 차를 반납하는 자동차리스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리스시장은 지난 3년간 연평균 성장률 29.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이와 관련 서울지역 A캐피탈회사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축소됐던 리스시장이 자동차리스를 중심으로 활황을 맞고 있다”며 “자동차리스 시장이 당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자동차리스는 지난 1998년 전체 리스 시장의 2%에 불과했으나 편리성과 절세 효과 등으로 2007년 9월말에는 전체 리스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리스의 성장 곡선이 다른 금융 분야에 비해 훨씬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시장에서도 불꽃튀는 접전이 전개되고 있다.
또 현재 자동차리스 규모는 자동차 판매액의 10% 수준으로 선진국의 25~30%에 비해 낮은 편이다.
가계대출 시장 역시 고금리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의 영업실적 증가에 힘입어 지난 3년간 연평균 29.9%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캐피탈, 씨티파이낸셜, 대우캐피탈, 롯데캐피탈 등 일부 대형 캐피탈회사들이 신용대출영업을 강화하면서 가계대출실적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4년 9월 ‘프라임론’상품을 출시하고 가장 먼저 개인 신용대출 시장에 뛰어든 현대캐피탈은 조만간 대출 잔액 기준으로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며, 2002년 7월 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한 씨티파이낸셜 역시 현재 6000억원 수준의 대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대우캐피탈의 ‘내게론’(4000억원), 롯데캐피탈의 ‘롯데캡론’(3000억원) 등이 뒤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연 40%에 육박하는 고금리 신용대출 영업을 지속하면서 정부의 정책취지를 무색케 하는 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 신한 등 대부분 캐피탈사 순이익 ‘최대’
지난해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의 당기순이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피탈회사들의 실적 상승은 자동차금융 활성화로 인한 리스자산 증가와 가계대출 확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월말 결산법인 가운데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신한캐피탈은 CRC와 선발금융, 가계대출, 부동산 PF 등 전 부문에 걸친 영업실적 개선에 힘입어 지난해 48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시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호조세에 힘입어 자산규모가 전년도(1조4000억원)에 비해 무려 2배 이상 증가한 2조97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산규모가 급증하면서 이 회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롯데캐피탈 역시 론대출 등 여신성 금융자산 증가과 대손충당금 환입이익 발생 등으로 지난해 400억원에 육박한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캐피탈 역시 자동차리스와 가계대출 실적 증가 그리고 이연법인세 환입 등으로 400억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기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회사는 후발사 가운데 우리캐피탈 다음으로 자산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지난해 12월말 기준 자산총액이 1조3877억원으로 전년도 보다 무려 8370억원 가량 늘었다.
대우자동차판매 계열의 우리캐피탈 역시 자동차리스 영업실적 활황 등으로 지난해 취급자산 규모가 1조원 가량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자산증가에 힘입어 당기순이익 규모도 전년도 보다 약 2배 이상 증가한 150억원을 시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업은행 자회사인 기은캐피탈은 벤처투자부문에서 기대이상의 영업성과를 거둬 지난해 32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도 실적에 비해 70억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실적 성장세에 힘입어 기은캐피탈은 올해 예상순이익을 4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KT캐피탈도 초기 회계연도부터 당기순이익을 실현하면서 관련 업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공격적인 영업마케팅 등으로 자산규모 6300억원에 세전순이익 7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3월말 결산법인 산은캐피탈 역시 12월말 3분기 실적이 이미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뛰어 넘었으며 자산규모 역시 3조 9600억원으로 4조원을 육박하고 있다.
◆ 올해 리스 및 대출시장 주도로 30% 성장 전망
지난해 이어 여신금융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경제연구소의 내부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신용카드시장을 제외한 여신전문금융시장 규모는 전년도 보다 25.6% 성장한 56조6798억원으로 추정했다.
특히 이 가운데 여신성 금융자산 26조5242억원(29.9% 성장), 리스자산 18조666억원 (29. 2%) 등으로 성장세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신성 금융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은행계 캐피탈회사들의 신용대출시장 진입에 기인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우리금융그룹에 인수된 우리파이낸셜(옛 한미캐피탈)은 올해 소액신용대출 상품 출시 계획을 세우고, 관련 전문가 영입작업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주택담보 대출영업 확대를 위해 대출 모집인들을 대거 모으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로 편입된 지 2년이 지난 하나캐피탈 역시 은행이 미처 커버하지 못하는 전세자금 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캐피탈도 올해 말까지 옛 LG카드 리스부문과 통합을 마무리한 후 전세 자금 대출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주그룹 계열의 자동차리스 전문업체인 아주오토리스는 지난해 12월 14일 사모투자펀드(PEF)인 루터앤파트너스에 인수되면서, 새로운 사업영역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소비자금융 관련 신용분석과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루터어소시에잇코리아(루터앤파트너스 펀드의 운용회사)의 강점을 살려 일반 신용대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금융사업의 자산 신용도는 매우 높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저수익 구조가 고착돼 있다”며 “신용대출 사업진출은 수익성이 검증된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추가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기은 대우캐피탈 등 일부 캐피탈 ‘IPO’
이처럼 실적 개선에 힘입어 대우캐피탈, 기은캐피탈 등 일부 캐피탈회사들이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아주산업과 신한은행이 주요 주주인 대우캐피탈은 오는 3월말 상장심사를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 말 한국투자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했다.
대우캐피탈은 2005년 6월30일 아주-신한 컨소시엄에 의해 아주그룹에 인수된 이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주력 분야인 할부금융과 리스금융 부문에서 입지를 다져오고 있으며 개인 신용대출 시장에서도 무서운 속도로 외형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은행이 99.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은캐피탈은 한국투자증권을 주간사로 상반기 중 상장심사 청구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은캐피탈은 IPO 등록으로 자본금 확대가 기대되고 이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등으로 신용도가 상향될 것으로 예상돼 이를 기반으로 자금의 조달을 극대화해 더욱 영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이 회사 관계자는 “기업공개를 발판으로 기업 이미지 제고 및 자본력 확충을 이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종합여신금융회사’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대그룹계열 1~2개 캐피탈회사도 기업공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캐피탈회사들이 상장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수 년 동안 캐피탈회사들의 자산은 몇 배로 커진 반면 자금조달 문턱은 여전히 높은 것이 현실 때문이다. 기업공개를 하면 시장의 입장에서 기업의 가치가 공정하게 재평가돼 정확한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