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담보신탁은 약정보수를 받지 않고 무보수로 맡겠다.”
2년 연속 업계 최고의 순이익을 자랑하며 국내 부동산신탁 시장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KB부동산신탁이 내년부터 담보신탁 업무를 수주할 때 무보수로 맡아 처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부동산신탁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전체 업무수익 가운데 담보신탁 수익비중이 높은 ‘다올’과 신규 진입사들은 당장 경영궤도 수정에 나서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들 이고, 한토신 대토신 등 다른 부동산신탁 역시 어떠한 파장을 미치지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올 들어 지방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사 부도가 잇따르면서 토지신탁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의 한국토지신탁 인수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부동산신탁 시장의 구도재편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 담보신탁을 둘러싼 마케팅 과열
지난달 다올부동산신탁은 일종의 신사협정을 깨면서 또 다시 저축은행, 시행사, 시공사 등 부동산신탁 관련 주요 인사 140여명을 초청, 일본에서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부동산신탁 전업사 사장들은 지나친 영업섭외 활동을 자제하겠다며 신사협정을 맺은 바 있다.
‘다올’의 이 같은 고비용 마케팅 전략은 그대로 다른 부동산신탁에 영향을 미쳐 전업사의 마케팅전쟁이 다시 불꽃을 튀기기 시작했다. 실제 최근 KB부동산신탁도 주요 인사 100여명 정도를 초청해 국내에서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이와 관련 한국토지신탁 한 관계자는 “담보신탁을 둘러싼 두 신탁사간의 수주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경쟁도 도를 넘는 것 같다”면서 “이번 행사로 다올은 3억원 가량을, KB는 1억원 가량의 추진비를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처럼 담보신탁을 둘러싼 두 신탁사의 수주경쟁이 과열되면서 KB부동산신탁이 약정보수를 받지 않고 무보수로 맡겠다고 선전포고를 날렸다.
KB부동산신탁의 무보수 추진으로 전체 수익의 50% 정도를 담보신탁에 의존하고 있는 다올부동산신탁은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도표 1 참조>
시장에서는 결국 ‘다올’ 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가 무보수로 취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 부동산신탁시장 구도재편 되나
만약 내년에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의 담보신탁 무보수가 현실화될 경우 그 만큼의 수익을 다른 신탁업무에서 창출해내야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당장 부동산신탁시장이 좀처럼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지방 건설사 부도 등으로 토지신탁 업무에 대한 부실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신탁 전체수익 가운데 토지신탁이 자치하는 비중은 35% 가량으로 가장 높다.〈그래프 2 참조〉
이 같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신규 진입사 증가 등으로 수주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주경쟁 심화는 수수료 덤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의 한국토지신탁 인수설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부동산신탁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가 한국토지신탁에 부사장급 1명을 보냈다는 인사내용이 전해지면서 인수설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신한금융지주의 시장참여가 현실화 될 경우 국내 부동산신탁시장의 구도재편은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09년 자통법이 시행될 경우 KB와 한국토지신탁은 대주주의 계열 증권사와 통합해 투자은행으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