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측면에서 분석해보면 실상의 심각성은 오히려 더해 가고 있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려감을 확산시키는 동력은 크게 보아 세 가지다. 통계치를 따라가 보자.
◇ 빚 규모 급증세 멎지 않는다
가계 빚 문제의 핵심이다. 지난 5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3월말 현재 가계신용잔액은 586조51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10.9% 늘었다.〈그림 참조〉
한은은 증가폭이 4조5334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23조1459억원보다 크게 줄었다는 점에 고무받은 표정이다. 지난해 같은 분기 증가폭 7조2713억원보다 적고 2005년 연간 증가폭의 10%에 지나지 않은 만큼 진정세를 내다볼 만도 하다.
그러나 가계신용잔액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이후 내리 두자릿수 10%를 웃돌고 있고 올 1분기에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은 움직일 수 없다.
◇ 부채대비 자산배율 하락 반전
한은은 빚 규모가 증가한 것만 보지 말고 경제규모를 감안했을 때 자산규모도 함께 살피라고 권고했다. 한은은 특히 통계치가 지난해 말까지 밖에 나오지 않은 자금순환표상 자산규모가 부채보다 840조원 가량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가계의 재무 건전성은 나쁘지 않다는 주장을 간접 제시했다.
그러나 빚 규모에 비해 자산이 얼마나 큰지를 재는 배수를 보면 2005년말 2.31배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한은은 간과하고 있다.〈표 참조〉
지난해 말 빚 대비 자산은 2.25배 2004년 말의 2.27배보다 악화됐다. 자산 규모가 빚 규모를 웃도는 초과액(순자산규모)은 2004년말 686조7000억원보다 훨씬 많이 늘어난 것 또한 사실이지만 경제규모를 감안한다면 부채 대비 자산배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 많다.
◇ 통계해석 오류의 함정에서 허우적
한 민간경제연구소 임원은 “전체 숫자만 놓고 봤을 때 드러나지 않는 함정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산 배분과 부채 배분은 사뭇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했다.
부채가 적고 자산 많은 고소득층의 자산은 꾸준히 늘어나는 쪽인 반면에 부채가 많은 취약층은 자산증가는 커녕 빚이 늘기 십상인데 자산과 부채규모를 비교하는 건 통계해석의 오류에 빠질 개연성이 너무나 크다는 지적이다.
분명한 것은 이들 세 가지 측면만 놓고 볼 때도 당국과 전문가들의 견해차는 크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빚 규모 증가가 이어지다가 우리 경제가 대내외 변수 중 어느 한 요인으로 흔들릴 경우 한계 상황에 다다른 계층의 몰락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할 통계치는 이렇다 할 게 없고 이들이 부실의 충격에 빠질 때 완충역할을 할 사회안전망도 무대책에 가깝다는 사실이라는 지적도 고개를 더욱 치켜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부문 부채/자산 추이>
(단위:조원,배)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