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자산비중이 여전히 높은 한국 사회에서 금융투자가 본격화된 지 3~4년 안팎이다보니 규모가 4~5조원 이상인 펀드조차 출현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비은행 금융자본이 토종 재무적투자자를 끼는 것 역시 요원한 이상 산업자본이 유력한 대안일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계 지분을 황금주로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나 연기금 등을 동원해 공공적 소유 또는 지배구조의 안전판을 삼자는 발상은 사실 산업자본이나 외국자본 소유에 따른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우리금융과 기업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학계 및 민간연구기관 전문가들의 지적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금융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현행법과 감독시스템만 적용해도 금산분리 해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는 은행 소유를 위해선 계열분리가 반드시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산업자본계열의 직접적 은행 소유는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면 일면 수긍이 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형편이 좋을 때 계열사 지원 유혹은 있지도 않겠지만 위기상황 때 감독망과 공공적 감시나 통제의 그물을 뚫고 편법지원 한다든지 해서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킬까 우려하는 불안심리가 국민들에게 있는 것이 사실이어서 소유-경영분리 원칙과 일선 경영의 제한적 참여 룰을 확보하지 않는 한 적어도 대형은행 진입은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은행계 금융지주사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계열분리를 했더라도 ‘조건부 승인’만 허용하는 경과기관을 둔 것처럼 지배구조상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는 것은 허용하되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이 되게 한다든가 이사회의장까지는 허용하되 일선 경영은 금융인에만 허용하도록 지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연기금 직접투자나 금융공기업 투자포트폴리오 속에 은행 주식과 같은 안정자산 보유를 유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만 하다는 지적도 두텁다.
그렇게 하면 산업자본이든 외국자본이든 항간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추천권을 행사하는 등 주주로서의 감시기능이 크게 확충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은행 경영혁신 노력만 조금 더 뒷받침된다면 투자수익률 역시 은행만한 대상이 별로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