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핀달앤허쉬만지수를 따졌을때 시장집중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대형화가 진척되면서 국내시장이 성장한계에 이르렀다는 내적 요인 때문만은 아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픈’ 심보라서가 아니라 사상최대 순익 규모를 이태째 기록한 은행들더러 “왜 이리 인색한 것이냐”고 따지는 건 아주 당연한 귀결이라고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외국인 지분이 너무 높아 배당은 곧 국부유출이라는 외자배격정서에 문제가 있다고 탓하기만 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대형은행 임원의 이야기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는 “은행들이 순이익을 많이 낸 반면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 없다며 언론들이 회초리를 들었다 해서 기분 나빠한다면 바보”라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늘리느라 혈안이 돼 있다가 부실이 줄어드니까 순익을 많이 남겼으니 땅 짚고 헤엄치기 했다는 소리를 하는 비판을 반박할 명쾌한 논리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다”라던 그는 “오히려 은행들이 돈 많이 벌면 사회가 풍요로워지는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일깨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발전적 대안 가운데 하나로 국제화를 들었다. 순익 많이 났다고 배당으로 써버리지 말고 내부유보를 최대한 늘리고 그 돈을 지렛대 삼아 신흥시장 진출을 늘리자는 게 요지였다.
다른 나라 직접진출 비즈니스로 돈을 벌어 투자소득을 벌어오면 그만큼 배당도 늘어나 외국인 주주가 챙기는 것도 늘어나겠지만 우리나라에 환류되는 액수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하는 고급 전술을 구사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잠시 옆길로 빠진다면, 순익의 일부를 고위험 기업군에 대한 대출 또는 투자로 활용해 설사 떼이더라도 아까워하지 않겠다고 작정한 산업은행의 본보기처럼 대형 시중은행들도 사회공헌을 누군가에게 기부하는 것이라고만 생각지 말고 다채롭게 펼칠 필요가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요즘 글로벌 무대 진출은 외환위기 전과 사뭇 달라서 고무적이다. 교포가 많거나 국내 기업이 현지 진출하면 뒤 따라 가기나 하던 천편일률적인 모습에서 벗어나기를 은행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진즉부터 기대해 왔던 일이다.
국내 은행 경영진과 간부들은 이미 어줍잖은 국제화로는 돈만 날릴 뿐이라는 현명한 식견에 충실해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제시한 현지화 전략의 기본이 좋은 본보기다. 진출지역 인력 대부분을 현지인력으로 채우되 인터널 컨트롤과 리스크관리 등을 파견직원이 맡아 사업을 그르치지 않겠다는 방도는 매우 지당한 것이다.
다만 국내 은행들은 점포 당 생산성을 따지는 일에 해외점포라고 예외를 두지는 않는지 의심스럽다. 해외점포 늘리기는 외형경쟁의 주요 항목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웬만한 지역엔 3개 이상의 국내은행들이 진출했다. 여기다 추가 진출 지역도 이미 다른 은행이 진출한 곳과 중복되기 일쑤다. 과연 모두가 흑자를 낼 수 있을 만큼 현지진출 국내기업과 교포층이 있는 것인지, 모두가 위앤화 영업을 하겠다지만 중국인 상대로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 검증된 바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비즈니스 전장터의 룰은 오직 적자생존 뿐이다. 저마다 강점을 절차탁마하고 있다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우열은 금새 드러날 수밖에 없다.
자만일랑 말고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분골쇄신, 간뇌도지의 각오가 절실한 때다.
※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뒤 이제야 재개하면서 독자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칼럼 제목을 ‘금융계 중정을 거닐 때’에서 ‘금융 중정…“으로 바꿉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