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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과 새날의 풍속도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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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7-02-14 19:06

하중호 회장 한국에티켓네트워크, 전 외환투자자문(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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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과 새날의 풍속도
설날은 우리의 최대명절이며 ‘새날이 서는 날’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인 설은 본래 조상숭배와 효(孝)사상을 바탕으로 조상과 자손이 함께 하는 신성한 시간을 의미하였다. 한때는 조상의 차례나 모시는 날쯤으로 격하되고 구정(舊正)이라는 오명을 썼으나, 이제 본이름으로 명예를 회복하고 민족 최대명절의 제자리로 복귀했다. 우리민족은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어느 나라보다 자랑스러운 고유문화와 전래민속이 헤아릴 수 없으나 무심하게 스치는 경우가 많다.

내 것이 오히려 낯설고 외래의 것이 더 친숙하다면 당당한 한국인일 수 있을까? 글로벌 시대에는 내 것이 곧 힘이고 세계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민족의 대명절을 맞아, 잊혀져가는 우리의 고유민속·유래·용어들을 한 번 살펴보자. 설날의 어원을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서 찾아보면 ‘첫 날이라 낯이 설어 설’ 혹은 ‘나이 먹기 서러워 설날’이라 했다고도 전한다.

한편 ‘삼가다(謹愼/근신)’ 또는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는 뜻의 옛말인 ‘섧다’에서 어원을 찾기도 한다. 설날은 한자로 신일(愼日/삼가는 날)이기도 하다.

끝으로 ‘새날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뜻의 ‘선다’로 보는 주장이 있는데 이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설은 순수한 우리말이지만, 봄이 서는 날이 입춘(立春) 가을의 시작이 입추(立秋)이듯이 ‘새날이 서는(立歲)날’에서 설의 어원을 찾으려는 분석이다. 이처럼 새날인 설은 가장 큰 축제이며 한식·단오·한가위와 함께 4대 명절이다. 설날은 한자로 원일(元日)·원단(元旦)·원조(元朝), 혹은 정조(正朝)·연두(年頭)로도 쓰인다. 설날의 풍속에는 차례, 세배, 설빔, 덕담, 문안비, 묵은세배, 복조리 걸기, 까치설, 수세, 널뛰기, 야광귀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전통적으로 설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새해아침에 입는 새 옷 ‘설빔’을 입고 조상들에게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차례’를 지낸다. 그 다음에 웃어른에게 새해인사인 ‘세배’의 순서이며, 새날을 맞아서 서로의 행복을 빌고 축원하는 ‘덕담’을 나누는 정겨운 풍습이 있다. 요즈음은 부부끼리 서로 세배하는 경우를 보기 힘드나, 본래 첫 순서가 부부간에 맞절로 세배를 먼저하고, 이어서 가족의 아랫사람이 어른 순으로 세배하는 것이다.

여자는 세배하러 외부에 출입하지 않았으나 양반 가문에서는 계집종을 대신 보내어 새해인사를 하였다. 이 계집종을 ‘문안비(問安婢)’라고 한다. 섣달 그믐날 한해를 보내며 돌봐 주신 어른에게 감사인사로 드리는 큰절이 ‘묵은세배’이다. 설의 대표음식은 떡국이요 한과는 강정이다.

설날은 새해의 첫날이므로 밝음의 표시로 흰색의 떡이고, 떡국의 가래는 마음대로 늘어나니까 수명도 그처럼 늘어나라고 떡국을 해 먹었다고 한다. ‘떡국 몇 그릇 먹었느냐’로 나이를 세기도 하였다. 설날의 음식을 ‘세찬(歲饌)’, 술을 ‘세주(歲酒)’라고 말한다. 놀이문화로는 연날리기·제기차기·팽이치기·널뛰기 등 겨우내 움츠렸던 하체의 건강을 위한 것들이 많다.

설날의 풍속들은 그 전날의 민속을 알면 더 재미있다.

그믐날 자정이 지나면 일찍 살수록 집안에 복이 많이 온다며 ‘복조리’를 먼저 사서 실제 조리용과 두 세 개씩 묶어 집안에 매어 두었다.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들의 설날은 오늘이래요’하는 동요가 기억날 것이다. 설의 전날이 ‘까치설’인 것은 까치는 길조로 까치처럼 좋은 소식을 새해에 많이 가져오라고 붙여놓은 이름이다.

본시 송년이나 망년이란 말은 없었으며 섣달 그믐날 밤을 ‘수세(守歲)’라고 하여, 가는 세월이 아쉬워 집안 곳곳에 등촉을 밝히고 날밤을 꼬박 새웠다. 그래도 잠에 취해 자는 아이들에게는 눈썹에 밀가루를 발라 희어졌다고 놀려주곤 했다.

이 같이 많은 전래민속이 구한말 양력이 채택되면서 일부 빛이 바랬고, 더욱이 일제의 강점과 민족성의 말살책 등으로 설 쇠는 사람이 핍박당하고 어린 학생의 도시락에서 설음식이 나오면 벌을 받는 수모도 있었지만, 이제 당당히 뿌리를 알고 정체성의 회복과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설날은 세속의 시간에서 정신의 시간으로 새로운 다짐과 평소의 긴장된 생활에서 가족 간의 훈훈한 유대감을 굳힐 수 있는 공동체의 시간이기도 하다.

고속도로가 매어지도록 같이 고향을 찾고 같은 시간에 같이 한국인이라는 일체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민족적 행운이며 명절 이상의 의미가 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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