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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CEO 출신 두 정치인이 가는 길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5-07 00:00

글로벌 경영 경험 갖고 정치권 가는
삼성 출신 고동진과 CJ 출신 최은석
‘2류’의 성공 ‘4류’ 가서도 보여주길

[데스크 칼럼] CEO 출신 두 정치인이 가는 길
[한국금융신문 최용성 기자] 두 사람의 최고경영자(CEO) 출신 정치인을 주목한다. 4·10 총선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고동진닫기고동진기사 모아보기 당선인(서울 강남병)과 같은 당 최은석닫기최은석기사 모아보기 당선인(대구 동구·군위군갑)이다.

고 당선인은 삼성전자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갤럭시 성공 신화’ 주역으로 유명하다.

최 당선인은 CJ제일제당 대표였다. 개당 400원짜리 만두를 팔아 1조원 매출을 기록하며 식품업계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걸출한 두 CEO의 정치인 변신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고 당선인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손을 잡고 국민의힘에 화려하게 입당했다. 비례대표 아니겠냐는 세간 추측과 달리 ‘보수 텃밭’ 강남에서 출마해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최 당선인은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 것이나 다름없는 5개 지역구 ‘국민추천제’를 통해 수월하게 정계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얼추 비슷해 보인다. 성공한 CEO가 정치권에서 안정적으로 인생 2막을 여는 장면이다. 공천받기 위해 중앙 정치권에 연줄을 대고, 수년간 바닥 민심을 훑는 많은 정치 지망생들과는 살아가는 세계부터가 다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했던 말처럼 두 사람 모두 이 길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글로벌 기업을 경영하며 얻은 지식과 경험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면 비례대표 의원이 더 어울릴 거 같은데, 두 사람은 지역구 의원으로 출발했다. 그것도 여당 ‘텃밭 중의 텃밭’이라는 서울 강남병, 대구 동구·군위군갑 지역구다.

두 사람은 또 많이 달라 보인다.

고 당선인은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하면서 “반드시 사장이 되겠다”고 다짐한 사람이다. 가진 것 없던 그가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일뿐이었다. 2006년 과로로 한쪽 귀 청력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일 시키는 회사라면 당장 그만두라고 아내가 난리를 쳤다고 한다. 그런 일을 겪고도 그는 삼성전자에서 16년을 더 일했다.

일이라면 최 당선인도 누구 못지않은 워커홀릭이지만, 어쩐지 결은 조금 달라 보인다. 그는 서울대 석사 졸업 후 정유회사, 회계법인에서 잠깐 일하다 한 중소기업 재무담당 임원이 됐다. 아직 서른이 안 된 나이였다. 회사가 마음에 들었던지, 그는 거기서 8년을 일했다. 그러다 37세 때 CJ에서 대기업 경영자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 당선인은 성공하기 위해 건강을 잃을 정도로 일에 미친 사람인 것 같은데 최 당선인은 자기만의 세계를 지키면서 상대적으로 신중하게 인생 1막 초반을 다졌다는 느낌이다.

정치인으로 제2 인생을 살겠다고 결심하기까지 고민의 정도도 많이 다른 것 같다.

사실 두 사람 모두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기업가로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창업가는 아니지만, 샐러리맨으로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갈 정도로 성공했다.

고 당선인이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지난해 7월 펴낸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찾아야 한다. 삼성전자 대표 시절부터 직원들과 적극 소통했던 그는 회사와의 연을 정리하고 난 후 후배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썼다. 책 출판 후 독서 모임, 강연회, 대학 강의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어림잡아 2000여명은 되었다고 한다. 특히 청년을 많이 만났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다양한 고민을 접했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정리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 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전화를 수차례 받고 결심했다.

1년에 많게는 200일 넘게 출장 다닐 정도로 일만 했던 터라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했을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를 퇴직하며 급여, 상여금, 퇴직금으로 118억원을 받았다. 정치권행을 반대하는 가족을 설득하기 위해 고 당선인은 지역구가 아니라 전문가 국회의원인 비례대표가 돼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실제 본인도 그런 생각이 강했다.

최 당선인은 말 그대로 ‘갑툭튀’였다. 해를 넘겨 발표된 CJ 인사에서 최 당선인 이름이 사라진 것을 보고 재계는 그가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이해했다. 최 당선인이 주도했던 바이오 부문이 부진하며 CJ제일제당 실적 하락을 부추겼다. 그룹에서 최 당선인 인사로 고심했다고 한다. 결국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는 것으로 정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 당선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아름다운 이별’은 아니었다.

이후 전개는 최 당선인이 선거 후 만나는 사람들에게 말한 바와 같다. 그는 “나도 정치인 된 게 신기할 정도”라고 말하고 다닌다. 어느 날 ‘찐윤’ 이철규 의원 측으로부터 ‘당신이 국회의원 적임자’라는 전화를 받았고, 정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없고 가족들 반응도 걱정이었는데, 의외로 가족들 지지를 받아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공천 지역구 현역 의원인 류성걸 의원과 큰 갈등도 없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글로벌 기업 수장 경험’을 외치고 다녔다.

정치권에서 기업인을 영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안팎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을 이끈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물론 결과는 판이할 수 있다. 누구는 국가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활발한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도 있고, 누구는 단지 ‘구색 맞추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수 있다.

정치권 구태에 당황스럽고 황당한 일도 많겠지만 두 사람 모두 진정성을 갖고 인생 2막을 열었으면 한다. 적당한 말은 아니지만, 고 당선인, 최 당선인 모두 그 자리에 연연할 필요는 없는 사람들 아닌가. “매일 한강에 깨끗한 물 한 바가지 붓는 심정으로 일하겠다”는 고 당선인 말을 다시 떠올린다. ‘2류’에서 거둔 성공을 ‘4류’에 가서도 제대로 보여주길 바란다.

최용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cy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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