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지구상에서 사라졌을까? 다양한 가설이 존재한다. 소행성 충돌설, 화산 활동설, 네메시스설(혜성 소나기설), 알 도난설, 환경 변화설, 종의 노화설, 알칼로이드 중독설, 2600만년 주기설 등등….
하지만 멸종과 관련된 분명한 사실은 몸집이 큰 공룡이 어떤 요인의 급격한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같은 공룡의 몰락이 오늘날에도 존재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제네럴모터스 등 해외 기업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한보, 삼미, 대우 등 한때 대기업 규모를 자랑했던 기업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쓰러져나갔다.
경제학에서 규모의 경제라는 것이 기본개념으로 자리 잡곤 있지만 너무 큰 규모는 환경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또 현재와 같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는 오히려 규모의 비경제학이 더 문제가 된다.
최근 은행권에 따르면 PB사업 규모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우선 국민은행이 올해 안으로 PB센터를 30여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현재 전국 18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규모. 국민은행은 이 같은 계획을 다음 주 중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기존 VIP영업지점 안에 있던 PB지점을 별도 센터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별도 PB브랜드를 만들지, 또 기존 WM센터와의 차별화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PB분야의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우위를 점해야 하는 은행의 노력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 또 올 초 단행된 조직 강화 및 인사개편 연장선상에서의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우선 당장 센터확충에 따른 인력확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 인력이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대적인 스카웃팅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내부충원을 한다하더라도 기존 지점과의 마찰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냐도 생각해봐야할 점이다. 성과주의가 팽배해짐에 따라 각 지점에서 우수 인력을 PB센터로 뺏기지 않겠다는 것이 은행지점장들의 생각이기 때문.
이밖에도 서울·수도권 및 각 지방 핵심지역에는 은행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융권 PB센터가 배치돼 있다. 그렇다면 제살깎기식 경쟁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은행들의 대대적인 PB센터 확충이 구체적인 로드맵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공룡멸종의 역사가 떠올려지는 것은 기자만의 기우일까?
김남현 기자 n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