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면 그때 맛보게 될 보람 또한 신선할 테니 인생 제2막을 여는 설레임도 느껴집니다”
두 번째, 진짜 청춘이란 표현도 그는 썼다.
산업은행 민호기 기업금융2실장은 오는 2월 초 정들었던 산은을 떠나 민간 중견기업 경영인으로 변신한다.
중앙대 경제학과를 거쳐 78년 입행했으니 꽉채운 29년 청춘을 보냈고 아직 정년이 5~6년 남은 상태에서 은행 문을 나서기로 결심하기가 쉬웠을까?
한 번은 찻잔을, 또 한 번은 수화기를 사이에 놓고 자초지종을 청했더니 이미 평정심과 담담함으로 갈무리 한 뒤였다.
“그 곳(옮길 회사) 오너가 잘 아는 후배인데 도와달라고 요청한지는 반년 남짓 전이었어요. 처음엔 고민을 하는 둥 마는 둥 한 건지 잘 판단이 안 섰지만 지난 연말께부터 마음을 잡을 수 있었죠”
“힘을 다해 솜씨껏 일하고 배울 것이 있다면 배워가며 그 곳 사람들과 회사 키우는 마음으로 뭉쳐 볼 작정입니다”
그가 2월5일부터 공식 출근하기로 한 회사는 모 조선업체를 함께 경영하고 있는 중견 해운업체다. 옮기면 재무분야를 축으로 후선에서 경영지원을 도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원자재와 환율 등 대외변수가 널뛰기 일쑤인 요즘, 금융인으로 갈고 닦은 역량으로 합심해 더 크고 건실한 기업으로 탈바꿈 시키는 것, 그의 마음과 생각은 벌써부터 새 전장을 누비고 있는 셈이다.
은행 생활 하는 동안 충주지점장과 기업금융실장을 지냈을 뿐 아니라 인사부와 기업구조조정실 전신인 특수관리부 경험 등을 잘 살리고 싶은 소망도 지녔다.
“가족들, 그리고 산은 선후배들의 격려와 성원에 어긋나지 않도록 업무 구상도 틈틈이 하고 있긴 한데 무엇보다 함께 일할 임직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게 급선무겠죠”
그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산은에서 두터운 신망을 확보한 것처럼 굳건한 리더십을 발휘해 새로운 성공기를 보여주리라는 전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형기 시인은 대표작 ‘낙화’에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절창으로 배웅하는 마음을 그려냈다.
그런데 민 실장을 배웅하는 마음들은 이 보다 더 두터운 특별함이 있다.
그가 이제 옮길 발 걸음은, 스스로나 후진 모두를 위할 수 있는 때를 분명히 알고 가는 것인 동시에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전혀 다른 무대를 향해 용맹하게 내 딛는 새 출발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또한 그래서 축복과 건투를 비는 기원은 더욱 절절한 것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