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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집행동 대신 독창성이 아쉽다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06-08-2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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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대출 시장에 우려했던 증상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아직 일부 기업인에 국한된 일이겠지만 다른 은행으로 옮겨 갔던 곳이 ‘전우’(!)관계로 돌아가자며 옛 거래은행을 다시 찾는 일이 눈에 자주 띄곤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업체들이 죄다 큰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한 은행 중견간부는 “굳이 공통점을 따지자면 거래조건 변경 요구에 경영진이 당혹감 내지는 거부감을 느낀 곳이라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은행 간 경쟁이 한창이던 때엔 골라 갈아 탈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누렸다가 거기서 미끄러진 경우, 예전에 거래하던 은행을 찾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당한 조정 또는 변경이라고 받아들이는 불만이 클수록 예전 거래은행을 더 애타게 찾는다고 한다.

이런 일이 얼마나 일반화된 현상인지는 좀더 확인해 볼 일이다.

다만 전국적으로 보편화되지도 않았고 초우량 등급 외 기업에 일반화되지 않았더라도 그 동안의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예상은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지표금리가 올라간 마당에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고, 더군다나 매출과 재고, 수익성 등 기업경영의 내용이 달라졌기 때문에 더 가혹한 조건으로 옮긴다면 그 역시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인들이 ‘이게 어인 일인가?’란 의문과 반감을 느꼈다면 단순히 일방적인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보여진다.

거부반응이 만약, 평소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이유를 들고 나온다고 황당해하거나 예상 이상으로 까다롭게 압박해 온다는 인식에서 나왔다면 심각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초여름, 지방 광역시에서 만난 한 지방은행 지점장의 영업철학과 소신에 대한 존경심이 되살아 난다.

문을 연 지 반년 정도 지난 신규점포장이던 그는 당시 기준으로 30여개사 여신을 다른 여러 은행으로부터 뺏어 놓은 터였다.

“물론 금리도 깎아주고 충분히 밀어줄만 하다는 분석이 나오면 자금도 더 주는 영업을 한다”던 그는 “그렇지만 새로 관계를 튼 고객들께는 반드시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건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시나리오별 예상치를 보여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무작정 다른 은행 고객 뺏아 와서는 오래 가지 못한다. 경영실적 또는 환경악화 가능성이 없는지 있다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밀착 컨설턴트 해주는 서비스가 뒷받침 돼야 고객이 날로 늘어나는 선순환이 벌어진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보기에 아무래도 걱정스러운 것은 이같은 소신을 지닌 금융인이 별난 사람 취급받을 게 뻔한 은행권 현실이다.

지나친 외형 확대를 위해 노마진은 물론 심지어 역마진까지 불사했던 것처럼 언제 귀하게 모셔왔느냐는듯 골라서 솎아내는 디마케팅 군집행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듯 하다.

은행 경영진들은 돌아볼 일이다. 말로는 창의성 차별화 블루오션 쉽게 이야기 했지만 리스크관리전략에선 오로지 다른 은행보다 떠 짠 것이 최선이라는 전제말고는 깔고 있는 게 없지 않은지 말이다.

고객이 결국에는 은행을 바꾸지 않고 더 거래하기로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된 것인지도 다시 명상해 보시기를. 아무리 평생동지라도 불신의 싹이 근본적인 것에서 비롯됐다면 끝내 처참히 무너진 다는 것을 거창한 역사가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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