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시중은행 PB센터의 조언으로 일본펀드에 투자했던 A씨의 경우, 지금까지의 엔화기준 수익률은 8%대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이를 원화기준으로 바꾸게 되면 3%대로 수익률이 뚝 떨어진다. A씨는 최근 환율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프라이빗뱅커의 말을 듣고 결국 분통을 터뜨려야만 했다.
사실 올 초부터 조정 장세를 보였던 한국주식시장의 대안으로 투자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최근 해외 이머징 마켓의 호조로 해외펀드의 평균수익률이 20%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펀드평가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펀드의 평균수익률은 23.59%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은 -3.6%였다. 이에 따라 해외펀드에 몰린 돈도 작년 말 9조2000여억원 규모에서, 최근 16조원 규모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해외펀드 열풍은 ‘대박’심리를 부추겨 확대 재생산된 측면이 있다는 한 전문가의 지적은 곱씹어볼만한 대목이다. 즉 해외펀드를 출시하면서 대대적인 광고와 마케팅에 나선 기관이 해외펀드의 수익률만 부각시킬 뿐 이 펀드가 갖고 있는 리스크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 또 새로운 뭔가를 쫓는 언론에 의해 포장되면서 해외펀드는 곧 대박상품으로 둔갑돼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는 것이다.
해외펀드는 일반적으로 국내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높은 편이다. 시세차익을 포함한 이익에 대해서도 이자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이에 대한 헤지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상품이다.
결국 환율급락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A씨 같은 투자자들의 손해가 커지고 있다. 투자에 따른 손해는 결국 투자자의 몫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관들을 포함한 시장참여자들의 위와 같은 행태는 투자자들의 손해에 대한 책임에 결코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해외펀드는 분명 분산투자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 또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상품이다. 그러나 시장참여자들의 왜곡이 계속된다면 결국 투자자들은 발길을 돌릴 것이다.
굳이 해외펀드상품이 아니더라도 기관을 비롯한 시장참여자들은 투자 상품에 대한 장점과 특징 그리고 리스크 요인을 제대로 알려 투자자들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게 유도하는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 투자자들 또한 허황된 ‘대박의 꿈’을 쫓기보다는 투자의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김남현 기자 n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