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시작한 LG카드 인수의향서와 비밀유지협약서 접수가 19일 마감된 직후 정태진 산업은행 기업금융1실장은 향후 M&A 일정과 관련, “접수된 인수의향서를 바탕으로 인수적격자를 선발하고 예비실사와 최종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LG카드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 M&A실과 JP모건은 입찰적격성 심사를 1~2주간 실시해 오는 25일 예비인수 후보군을 발표할 계획이며 이후 예비실사와 본입찰에 3~4주 정도 소요해 우선협상대상자를 내달 말이나 6월초순경 지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관계자는 매각과정이 큰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오는 9월에는 매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금융당국 입김에 따라 좌우
이번 LG카드 인수전에서 산업은행ㆍ우리은행ㆍ기업은행ㆍ농협 등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금융기관의 지분합계가 52%를 넘어서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가 개입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반대로 입찰을 포기한 우리금융지주나 산업은행ㆍ국민은행ㆍ기업은행 등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입찰을 포기한 우리지주가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며 인수전 후반까지 신한ㆍ하나 등 경쟁사를 견제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LG카드 인수전에서는 후보자들이 대부분 주요 주주라는 점에서 상호간 합종연횡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의향서를 제출한 후보군들은 인수자금 조달계획과 컨소시엄 구성의 개요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향서 제출 이후에도 얼마든지 컨소시엄 구성을 변경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짝짓기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간사인 산업은행은 ‘입찰자를 밝히지 않는다’는 비공개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고도 LG카드의 몸값이 적어도 4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독인수는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따라서 메릴린치 같은 외국계 펀드와 국민연금 등 재무적 투자자들을 컨소시엄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들이 누구의 손을 잡을지가 인수전의 성공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 LG카드 몸값 올라가나
LG카드는 전업계 카드사 가운데 최대 규모로 회원수 1000만, 자산규모 10조,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3631억원의 매머드급 물건이다. 이것을 가져가면 단숨에 카드업계 1위 자리에 등극할 수 있다.
때문에 LG카드를 누가 가져가느냐는 카드업계 안의 순위다툼을 넘어서, 국내 금융계 전체의 재편과 직결된다.
매각 결과에 따라 은행권은 신한금융 인수시 `2강 2중`, 하나금융 인수시 `1강 3중` 등으로 바뀔 수 있다. 또 농협이 인수에 성공하면 구도는 더욱 복잡해지며, 아직 참여했는지 여부가 불확실한 한국씨티가 가져간다면 국민은행을 제외한 2위권 안에서의 경쟁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하지만 금융계가 LG카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산 10조를 더 늘린다는 단순 덧셈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하나-농협 “이자부담 되지만 거절도 못하고...”
금융시장 재편과 맞물려 LG카드 몸값 상승세
금융계 관계자들은, `외환은행이 은행권의 바깥 구조를 바꾸는 변수였다면, LG카드는 내부 구조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해석한다.
우선 LG카드의 자산 10조원은 규모만에,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1조 3631억원으로 수익률 면에서 은행들을 크게 앞지른다.
또 금융지주회사는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지주사가 LG카드를 인수하면 경제활동인구 60%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정보를 활용해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마케팅할 수 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이 여러 차례 “LG카드 자산은 11조원 정도이지만 매출회전율 등 수익적인 측면을 감안하면 70조원 이상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던 것도 이같은 맥락.
인수희망자들이 LG카드를 절실히 원하는 것과 금융권 전반이 LG카드 매각에 이목을 집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LG카드 인수가격도 예상보다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 M&A 관계자들의 전망하고 있다.
◆ ‘국민연금’과 연대가 변수
“국민연금이 어느 쪽과 연대할 지에 따라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막강한 돈줄인 국민연금을 잡기 위한 인수후보 업체들의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LG카드의 지분을 51%이상 확보,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최대주주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4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 최대 규모인 국민연금과 연합하는 쪽이 승산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LG카드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의향을 밝힌 하나금융지주와 농협에서 국민연금 측에 이미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농협과 하나금융지주의 잇단 러브콜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여유를 부리고 있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LG카드 매각과 관련된 어떤 협상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인수의향서를 내는 단계에서는 굳이 투자의사를 밝힐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컨소시엄 구성을 하지 않더라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면서 “예비실사가 마무리된 후 가격입찰에 들어갈 때 투자할 곳을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이 같은 설명과는 달리 금융권에선 결국 수익률을 놓고 머니게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3대 큰손으로 자리잡은 군인공제회 교직원공제회 국민연금 등은 지난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도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으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으로부터 높은 수익률을 약속받고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LG카드 인수를 위해서는 1~2조원이 필요한 하나금융과 농협 사이에서 시소협상을 하며 높은 수익률을 제시토록 유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