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번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인한 증권사의 수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결제기능 확보가 최대 수확이다.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를 통해 은행을 거치지 않고 결제기능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 지난 20일 통합법이 발표되자 증권주들은 10%내외 상승한 반면 대부분 은행주들은 하락세를 이어간 것도 증권업 수혜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수신이탈 우려도 이같은 취지에서 비롯,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상황이다.
이어 유가증권에 대한 포괄주의 도입으로 인한 투자범위 확대도 쾌거다. 물론 현 수준에서 국내 증권사들이 얼마나 뛰어난 상품을 제조해내느냐가 관건이긴 하다. 그러나 앞으로 어떤 상품이라도 제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만은 분명하다.
증권사 한 임원은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2차 가공상품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무한하게 생겼다는 점에 통합법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증권, 운용, 선물업 겸영에 대해선 “실효성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운용과 선물업 등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에게 무소불위의 힘이 생긴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아직 어떤 증권사가 시장에서 유리할지 판단하기는 이른감이 있지만 자본력 여부에 따라 향후 업계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증권 이철호 애널리스트는 “현 단계에서 어떤 부류의 증권사가 유리할 것인지 예단키는 어렵다”면서도 “대규모 투자가 유발될 수 있다는 점에선 자본여력이 있는 대형사가 유리하고 가시적 성과도출에는 다수 계열사를 보유한 재벌계 및 은행계증권사들이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국회통과 후 1년가량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중소형사들 또한 여건변화에 얼마만큼 대응하느냐에 따라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 외국계 잠식 우려 = 골드만삭스 등 해외 유수의 투자은행에 의한 국내시장 잠식 우려감도 일부 제기됐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이 새판짜기를 거치면서 현 은행의 외국인지분율이 80%내외로 높아진 것처럼 국내 증권, 자산운용업도 외국계에 의한 잠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기리에 팔리는 ELS(주가연계증권)도 대부분이 외국계가 구조를 짠 것이고 국내 파생상품제조 실력은 외국계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일본 연금시장에 진출한 피델리티가 현재 일본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이미 자산운용업의 경우 외국계의 진출이 급격히 늘고 있고 통합법 이후 현지법인화를 시도하는 외국계가 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자산운용업계 ‘침울’ = 자산운용업계는 금융업권간의 영역을 허물어 대형화를 유도하겠다는 큰 틀에는 공감하면서도 증권사의 ‘인하우스(in-house)’부문 등 일부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증권사들이 자산운용업 겸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자산운용업이 본업인 증권업의 부속산업으로 인식, 주변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더욱이 실효성에 대해서도 미심쩍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서도 제도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자산운용업을 겸영하는 증권사는 거의 없는 만큼 국내도 증권사들이 이 부문으로 사업확대를 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투자자와 증권사간 이해상충 발생 우려에 대해서도 지적됐다.
예컨대 증권사가 자산운용업을 겸업할 경우 자사 수익을 위해 고유자산에서 보유하고 있는 A종목을 자사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집중 매입,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주식투자자에게 주식 등 유가증권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할 때 펀드에서 보유하고 있는 포트폴리오 정보를 이용할 수도 있고, 펀드에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 등의 잦은 매매를 이용해 매매수수료를 올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은 “최근 세계 각국의 감독기관들은 자산운용업과 증권업간 이해상충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로 금융상품의 제조와 판매의 분리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자통법의 증권사 인하우스 허용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이어 “만일 자산운용업에 대한 규제가 세계적인 표준과 다를 경우 해외 유수의 자산운용사의 국내 유치계획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협회에서는 업계와 함께 의견을 모아 정책당국에 적극 개진한다는 방침이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자산운용을 인하우스에 둔 판매사들의 성공사례도 전무한 현실.
골드만삭스의 경우 2년 전부터 자산운용업을 별도의 법인으로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시티와 메릴린치도 최근 판매자로서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자산운용부문을 매각했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현재 업계 상황으로 봤을 때 증권사의 인하우스가 허용될 경우 대형사보다는 중소형증권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그럴 경우 자회사 펀드만 팔아야 하기 때문에 크게 나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 선물업계 반응 = 선물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고유상품개발과 운영업무가 향후 증권사로 흡수되면 선물업 자체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1일 선물협회는 각사의 임원들을 소집하고 통합법 제정에 따른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승훈 기자 hoony@fntimes.com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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