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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산장애 예방은 곧 인력관리’

신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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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02-12 22:30

금융기관 왜 자꾸 전산장애가 일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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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들은 매년 크게는 몇천억원 대에서 작게는 몇백억원 대의 전산투자 비용을 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산시스템 장애로 인한 업무 중단 사고는 꾸준히 발생되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뱅킹 등 전자금융 거래 사용비율이 창구거래를 앞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전산 시스템 장애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금융거래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비용적 손실과 불쾌감까지 일으키게 하는 불편함을 초래하고 은행에게는 막대한 비용손실과 대외 신뢰도 하락이라는 엄청난 타격을 가져다준다.

본지는 이러한 전산시스템 장애가 왜 발생되고 이에 대한 예방책은 없는지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작은 규모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3)씨는 얼마 전 거래처에 급하게 부품 구매 대금을 송금하려다 낭패를 겪었다. 이는 김모씨가 은행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송금하려 했는데 전산장애로 인해 인터넷뱅킹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다른 거래 방법을 이용하려 했으나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김모씨는 근처 영업점을 찾아가 송금을 해야 했다.

한모(73) 할아버지는 올해 초 한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친구들과의 점심 식사 값을 내려고 자식들이 보낸 준 용돈을 찾으러 들렸다가 전산장애로 인해 창구업무가 중단됐다는 소리를 듣고 당황해 했다. 한모 할아버지는 늘 창구를 통해 돈을 넣거나 찾았기 때문에 그 외의 방법은 잘 알지 못했다. 더욱이 한모 할아버지는 카드를 갖고 있지 않아 통장으로 ATM(자동화기기)을 이용해 돈을 찾아야 했지만 이 역시 창구에 먼저 신청을 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ATM을 통해서 돈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이날 한모 할아버지는 친구들에게 점심을 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고 미안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헤어져야 했다.

실제 이러한 전산장애로 인해 은행 업무중단은 불과 얼마 전인 지난 1월 20일 우리은행에서 일어났다. 이 외에도 국민, 조흥, 외환은행 등 대부분의 시중은행과 금융결제원, 한국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일어난 바 있다.

최근 대부분의 전산시스템 장애는 인력 탓

금융IT 환경 ‘급변’…내부인력 역량은 ‘답보’

벤더 업체간 공방으로 장애 원인분석 지연

◇ 전산 장애 왜 일어나나 = 금융기관의 전산시스템 운영 전문가들은 최근 자주 발생되고 있는 전산시스템 장애는 무엇보다도 인력에 의한 문제가 가장 크다고 말한다. 이는 금융기관들의 전산시스템은 복잡해지고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따라 그만큼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반면 시스템 운영인력들은 그러한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금융환경은 IMF 시절 이후부터 급변하기 시작했다. 많은 시중 은행들의 M&A(인수합병), 융·복합화에 따른 업무 확대, 치열한 은행 간의 무한경쟁 등이 시작되게 됐다. 이에 따라 전산시스템들도 여러 차례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진행됐고 신규 시스템 개발이 이뤄지는 등 크고 작은 전산 프로젝트들이 수행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전산 프로젝트들이 많아지게 됨에 따라 과거 내부 인력 중심이었던 개발이 2000년대부터는 외부 전문 IT업체 인력에 의한 개발 위주로 전환되게 됐다. 이러한 외주업체 인력을 통한 시스템 개발은 시스템 구축 이후 운영상에 있어 큰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즉, 시스템 개발 및 구축이 외주업체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내부 인력들은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시스템 구축 후 개발을 담당한 외주업체 인력은 본래 소속의 업체로 복귀하게 돼 시스템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더욱이 외주업체 인력의 잦은 이동으로 인해 시스템을 개발한 인력이 어디에 근무하고 있는지 조차 파악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고 은행 전산 운영자들은 말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전산시스템을 구축한 IT업체들은 이러한 문제는 외주 업체 인력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은행 내부의 전산 인력들이 급변하는 추세에 맞춰 도입된 IT신기술과 제품들에 대한 충분한 사전지식과 운영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것이 전산 장애가 발생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은행들은 전산부서 직원 대상의 전산 신기술 교육 등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재 부여된 과다한 업무 등으로 인해 잘 이뤄지지 않거나 미흡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함께 치열한 경쟁 환경으로 인해 잦은 신상품 출시로 촉박한 개발기간과 타 은행과 경쟁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짧은 구축기간 등으로 인해 적절한 테스트가 이뤄지지 않은 채 가동되는 전산 개발 환경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짧은 기간으로 인한 문제는 실제 환경 변경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서버환경에서 소프트웨어 신규 적용이나 환경변수 수정, 비즈니스 로직 변경 등을 수행할 때 완벽한 영향분석 및 충분한 검증단계가 이뤄지지 않는 좋지 못한 사례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는 코어뱅킹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장애발생 요인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권은 코어뱅킹을 제외한 많은 업무를 서버환경을 통해 개발 및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코어뱅킹과 인터페이스를 하고 있다.

이밖에 시스템 상으로는 시스템 및 프로그램이 유기적이고 복잡하게 구성돼 일부 구성요소 오류가 전체시스템의 장애로 이어지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메인프레임 구성에서 다양한 서버 구성으로 다운사이징이 진행돼 은행권 업무의 하드웨어 기반 안정성이 낮아지게 된 점, 폐쇄적이고 정형화된 SW(소프트웨어)에서 개방되고 다양한 SW 조합으로 전환돼 예측하지 못한 부정합성이 높아지게 된 점 등도 장애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으로 조사됐다.



◇ 장애원인 파악 왜 늦어지나 = 최근에 발생된 금융기관의 전산장애는 장애가 최초 발생된 이후 장애 원인을 찾아내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모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장애 발생 후 복구 시간을 더디게 하고 결국 업무 재개 시간을 지연시키게 하고 있어 장애발생 금융기관의 큰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처럼 장애 발생 후 원인을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모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은행권 전산시스템 운영자들은 HW(하드웨어)업체와 SW업체간, SW업들끼리의 책임공방 때문이라는 것이 은행권 시스템 운영자의 중론이다.

실제 HW 장애 시 대부분 이중화에 의해 서비스 중단 없이 복구가 완료되고 있지만 이중화에 의해 극복하지 못한 HW 장애의 경우 원인 분석이 어렵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여기에 HW업체와 SW업체가 다를 경우 시스템 장애에 대해 IT전체를 조망하지 못하고 부분적 견해만을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에 원인분석이 어렵고 복구가 지체되게 된다.

SW 장애일 경우 다양한 회사의 SW 도입으로 시스템이 구성되기 때문에 장애 발생시 명확한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회사들의 부분적인 분석이 완료된 후 전체 원인분석이 완료되기 때문에 분석에 많은 시간이 소모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개발 및 운영 시에 패키지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패키지 내부 버그에 의한 장애 발생시 원인 파악이 쉽지 않고 복구 시간도 많이 지체된다.

또 현재 금융권의 업무 시스템들이 개방 환경으로 구축돼 있어 OS(운영체계), DB(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WAS(웹애플리케이션서버) 등 시스템에서 사용한 각종 SW의 벤더 업체들이 기술정보 공개를 하지 않은 경우도 문제다. 지나친 사용자 편리성 위주의 시스템 개발에 따른 업무 복잡도가 증가한 것도 장애원인 분석이 늦어지는 한 이유라고 시스템 운영자들이 제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내부인력의 역량 부족으로 인해 외부 전문 인력에 의존하거나 일부 해외 솔루션의 경우 국내 상주지원 개발자의 분석능력 한계로 외국 개발자를 통해 분석하는 경우도 있어 장애원인 분석이 늦어지고 있다.

은행의 한 시스템운영 팀장은 “은행이 왜 신기술을 적용해 시스템을 구축했는지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라며 “또 시스템 개발자와 운영자가 다른 것도 장애원인을 알지 못하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전산장애 예방책은 없는지 = 대부분 은행의 전산시스템 운영 관리자들은 전산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내부인력의 장애 감지 및 장애징후 사전 발견 등의 역량 증대와 시스템 이중화 등을 꼽고 있다.

시스템 구성 및 네트워크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발생되는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동 장애감지, 서버 모니터링, NMS(네트워크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시스템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산인력 대상의 교육을 통해 인력 개개인의 스킬을 높여야 한다.

한 전산 전문가는 “교육을 통해 높아진 스킬을 갖고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여러 차례의 시뮬레이션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즉각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애발생 대응 지침서를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HW기반 안정성이 메인프레임에 비해 낮아짐에 따라 발생되는 장애에 대해서는 네트워크 및 HW 장비 등에 대한 이중화를 구성하고 백업시스템 및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도 진행해야 한다.

이밖에도 거래량 증가에 따른 지속적인 적정 규모의 장비 도입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한 시스템 가동 시 개발단계부터 이행 완료까지 체계적인 품질관리 및 이행분석을 수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시하고 있다.

한 은행 CIO(최고정보책임자)는 “전산장애를 줄이려면 무엇보다도 전산인력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전산장애 예방이 곧 인력관리”라고 말했다.

  • 금융권 전산장애 최근 빈번하게 발생

  • DRS 사용 현실적으로 어려움 많아



    신혜권 기자 hksh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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