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대기업들과의 계약체결은 미정인 상태지만 경쟁의 열기가 뜨거운 것은 중소기업 시장선점을 통해 향후 대기업과의 계약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초기시장선점 전략 때문이다. 퇴직연금 계약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DB형(확정급여형)과 DC형(확정기여형)이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재 퇴직연금 계약이 중소기업들 위주로 체결된 만큼 퇴직연금제도의 활성화를 점치기는 시기상조라며 진정한 퇴직연금활성화를 위해선 좀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 DC형 약진 예상 깼다
삼성생명을 선두로 국내 보험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제1호 계약체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상당수 보험사가 제 1호 계약에 성공했고 조만간 나머지 퇴직연금 계약체결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도입 한달, 실제 판매가 시작된지 불과 2주 만의 성과로 당초 DB형이 주력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DC형의 고른 판매실적도 눈에 띈다.
이는 퇴직금 중간 정산 및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한 기업체의 경우 금융기관 퇴직금 유치부담이 DB형보다 적다는 강점이 있다.
반면 퇴직금 정산을 유보한 기업체들은 DB형을 선호하고 있다. DB형의 경우 금융기관에 100% 유치해야 하는 DC형과는 달리 60%이상만 퇴직금을 유치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이볼드 류동순 전무는 “운용실적이 나쁘면 퇴직금이 감소한다는 막연한 불안심리 때문에 DB형을 선호하고 있지만 국내 퇴직연금제도는 위험자산비율을 16%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큰 손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DB은 경우 회사가 부도가 날 경우 60%밖에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 아직 장밋빛 미래 점치기 어렵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퇴직연금계약체결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퇴직연금제도의 장미빛 미래를 점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계약 당사자들이 노조가 없거나 그 규모가 작아 노조와의 합의 및 복잡한 연금수리 과정이 생략돼 있다는 지적이다.
한 퇴직연금 전문가는 “현재 계약상황을 보면 계약금액이 채 1억원도 되지 않는 계약건들도 수두룩 하다”며 “이처럼 규모가 작다보니 별도의 연금수리계산 과정이 불필요해 아직까지 진정한 퇴직연금제도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일방적인 사측의 의견이 반영된 퇴직연금제 체결도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진정한 퇴직연금제도란 노사합의를 통해 각각에 맞는 최선의 제도를 선택함에 있는 것인데 현재는 노조가 없는 소기업이거나 있다고 해도 그 힘이 미약할 수 밖에 없어 사측의 의견이 일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 경우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법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임직원 몫으로 남게 된다는 설명이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