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관련 IT업계는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다. ‘공공연한 비밀’이 일부 노출됐을 뿐이라는 반응이다. 새롭거나 결코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이러한 인식과 분위기가 문제다.
이번 A부장의 사건은 언론에 노출되면서 널리 알려졌지만 올해 초 대형 보험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대형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던 보험사 관계자가 IT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무 부장급까지 징계 처분을 받아 이직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부 불미스런 일로 인해 밤을 세워가면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다수의 IT 담당자들이 매도당하고 부도덕한 사람으로 취급당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실 기자가 만난 대다수의 IT 담당자들은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는 IT 공급업체와는 식사도 같이 안 한다”는 매우 높은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단순히 ‘일부 소수의 문제’라 여기고 별 문제가 아닌 것으로 여기기도 어려운 문제다. 개인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강화하자는 것은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음성적인 거래가 허용되지 않을 내부 프로세스의 투명화와 이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런 연후에 개개인의 도덕성과 윤리의식 지적이 이어져야 현실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프로세스의 투명화가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지만 구체적인 구현방안을 모색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IT 프로세스 투명화는 IT투자 및 결정에 대해 정확한 판단근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IT 자산관리나 거버넌스 개념을 활용해 IT 자산보유 현황 및 향후 투자방향에 대해 큰 틀의 가시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IT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투자를 진행하게 되면 뇌물 수수와 같은 부정적인 시도는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성과관리 및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확산시켜 감으로써 ‘IT는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금융기관은 IT 투자가 다른 분야에 비해 빠른 도입과 함께 대규모로 진행된다. 그런 만큼 IT 업계에서는 투자의 표본이 되고 있으며,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IT의 맡형 같은 존재라 하겠다.
이런 지위에 맞게 고질적인 관행 청산에 있어서도 금융권이 선두주자이기를 기대해 본다.
송주영 기자 jy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