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은행장들이 올초 신년사에서 이구동성으로 ‘영업극대화’를 천명한 이후 은행들은 예금금리 인상에 이어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면서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급기야 업계에서는 은행이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는 ‘승자의 재앙’ 우려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미 올초 은행들은 금리 경쟁 영향으로 순이자마진이 큰폭으로 줄어들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은행장들은 지난 몇 년간 철저히 기업대출을 줄여 공공성을 외면하고 있다. 문제는 공공성 외면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기업대출 감소가 장기적인 수익 창출에 한계를 드러낼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은행들은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경우 더 이상 대규모 대손충당금 환급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손충당금을 환급할 만한 대규모 기업대출이 바닥난 상태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과거 대규모 기업대출이 남아 있어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줄어든데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 몇 년간 은행장들의 몸값 경쟁은 언제부턴가 ‘주주 우선주의’ 혹은 ‘시장 우선주의 문화’로 교묘히 포장돼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은행장이 몸값 올리기에 급급, 단기실적주의를 신봉하면서도 ‘실적으로만 평가 받는다’는 주주우선주의를 핑계거리로 전락시키고 있다. 국내은행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일찌감치 50%를 넘어서면서 은행장들의 몸값 경쟁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쯤되니 은행장이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게 딴나라 얘기처럼만 들린다.
은행장들이 욕심이 앞서 은행의 백년대계를 저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송정훈 기자 repo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