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본지는 앞서 진행한 은행의 바젤Ⅱ 전담반 관계자, 프로젝트에 참여한 컨설팅 업체 및 솔루션 업체 관계자 등을 통해 뒤늦게 바젤Ⅱ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발은행은 물론, 앞서 진행한 은행들한테도 프로젝트 진행 중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성공적 바젤Ⅱ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전행적인 바젤Ⅱ 문화인식 확산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경영진의 충분한 바젤Ⅱ 이해를 통한 적절한 지원도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중요하게 인식되는 만큼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은행 내에서는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본지가 바젤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은행권 관계자들과 프로젝트에 참여한 컨설팅, 솔루션 업체 관계자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바젤Ⅱ 문화확산, 경영진의 이해, 프로젝트 전담반 인력 역량 강화 등이 프로젝트 진행 중 은행들이 고려할 사항으로 제시됐다. 이밖에도 바젤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여러 가지 사안들이 고려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 바젤Ⅱ 문화인식 확산 = 대부분의 관계자는 성공적인 바젤Ⅱ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은행 내 부서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한 바젤Ⅱ 문화확산이 가장 중요하다고 손꼽고 있다. 이는 바젤Ⅱ 프로젝트가 전행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진행한 일부 대형은행을 제외한 후발 은행들은 전행적인 바젤Ⅱ 문화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젤Ⅱ 전담반(TFT)을 제외하고는 바젤Ⅱ 프로젝트에 관여하지 않는 경우들도 종종 발생된다.
이 때문에 컨설팅 결과에 따른 각 부서별 개선과제를 수행할 때 현업 부서들이 능동적인 대처를 보이지 않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이는 곧 프로젝트 지연 등의 시행착오로 이어진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담반은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해산되는 조직임을 전제로 한다면 성공적인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각 관련 부서에 바젤Ⅱ 전담 직원을 두고 관련 업무를 수행케 해야 한다”며 “전담반은 전체 계획수립, 진행상황 관리, 금융감독원 보고 및 승인 업무 등을 담당하는 형태로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 전담반 역량 높여야 = 현재 바젤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은행들은 대부분 전담반을 구성, 운영중에 있다. 그러나 많은 은행들이 전담반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1~2개의 대형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들은 전담반이 구성된 기간이 짧아 바젤Ⅱ 사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전담반에는 리스크 부분, 담보, 사후관리, 신용등급 등에 대해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진 인력들로 구성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 있다.
이 때문에 바젤Ⅱ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충족하기 어렵고, 이행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은행들은 감독당국이 모든 관련 지침을 제시해 주길 바라고 있으며 이 지침이 제시되면 그저 따라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신BIS실 이강세 실장은 “은행들도 지나치게 감독당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의 역량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밖에 바젤Ⅱ 정신에 비춰볼 때 감사부에서도 리스크관리 부서의 업무에 대해 감사를 수행해야 하지만 감사부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거나 전무한 상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한 컨설턴트는 “전담반 역량은 전적으로 경영진의 인식과 지원에 달려 있다”며 “전담반 구성 초기부터 필요한 전문 인력과 IT인력이 함께 참여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역량 강화·경영진의 이해와 지원 필요
컨설팅 중 솔루션 도입은 기간 단축
◇ 컨설팅 결과 이해도 높여야 = 대부분의 은행들은 비용을 들여 요건분석 등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금융기관의 역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바젤Ⅱ 규제방안은 G10 국가의 선진 은행의 실증적 데이터와 방법론을 근거로 한 것”이라며 “이를 국내 적용시 리스크를 과대평가하는지, 과소평가하는지 등에 대한 실증적 분석 연구가 가능한 자료 축적 및 이론적 정립을 국내 은행이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국가 전체적으로도 스스로 이론적 바탕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적용과 운용에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수정이나 주장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은행들도 전문적인 연구 집단을 내부 조직으로 갖춰 장기적으로 모형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시했다.
◇ 컨설팅 산출물 실증적이어야 = 현재 은행들에게 1·2단계 컨설팅을 제공하는 업체 중 일부 업체들이 제공하고 있는 컨설팅 산출물이 표면적인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은행권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즉, 1차 컨설팅시 컨설턴트가 다양한 영업영역, 상품영역별 방법론을 충분히 알고 있는지, 또 알고 있는 인력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적용사례가 적은 운영리스크 부분은 더욱 그러하다.
이는 컨설팅 업체가 컨설턴트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하기 보다는 경제성이 있는 이슈에 따라 컨설턴트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결국 컨설팅 결과를 내부 역량으로 이식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은행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 무비판적 바젤Ⅱ 적용은 금물 = 은행권 관계자들은 국내 금융환경은 선진 국가나 유럽과 비교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바젤Ⅱ 적용은 금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리스크 측정 및 관리 방법이 국가마다 다르며 업무 영역에 있어서도 선진은행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국내에 적용할 때는 국내 환경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규제가 영업을 방해해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보다는 규제 준수를 위한 모양만 흉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은행 관계자는 우려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비즈니스 발달이 선행되지 않은 리스크관리기법은 발전이 없다”며 “또 국내 은행은 아직 취급하는 상품의 종류도 적을 뿐 아니라 대출취급 관행, 회계기준 등도 바젤Ⅱ에서 정한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국내 금융환경에 비해 바젤Ⅱ에서 정한 내용이 다른 부분에 대해, 또 기준안이 모호한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이른 시일 내에 기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컨설팅중 솔루션 도입으로 시간단축 = 현재 은행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많은 컨설턴트와 솔루션 업체 관계자들은 1단계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솔루션 도입을 결정하는 것이 프로젝트 기간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앞서 진행한 은행들은 1단계 컨설팅을 완료하고 이후 솔루션 도입을 결정했다. 보통 바젤Ⅱ 1단계 컨설팅을 통해 국내 요건과 은행 특유의 요건, 고객관리나 담보관리 등 은행 데이터 성격에 따른 요건 등을 반영한 LDM(논리적데이터모델)이 설계된다.
이후 솔루션을 구축하게 되면 LDM을 PDM(물리적데이터모델)로 전환해야 하는데 솔루션 자체에 있는 PDM과 차이가 발생돼 매핑 작업을 하게 되고 필요 기간이 4~6주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솔루션을 도입하게 되면 솔루션 자체 PDM을 먼저 LDM에 맞춰 매핑 작업을 할 수 있어 기간이 단축된다.
단, 솔루션을 컨설팅 시작과 함께 도입할 경우 솔루션 자체에 너무 집중돼 시스템 범위가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우려도 있다.
◇ 데이터 관리 개선해야 = 국내 은행들은 그동안 합병 등 여러 변화를 거쳐 왔다. 이로 인해 전산시스템도 통합됐다.
이런 과정 속에서 과거의 데이터들이 유실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됐다.
더욱이 최근에는 차세대시스템 구축, 가동하는데 있어 과거의 고객 데이터들 중 현재의 고객이 아닌 데이터들에 대해서는 기존의 시스템에서 차세대시스템으로 데이터 이전을 하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그러나 부도 등으로 인해 현재 고객이 아닌 데이터들은 리스크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데이터들이다.
이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담당하는 외부 SI(시스템통합) 업체의 인력은 물론, 은행 내부의 전산 인력들이 바젤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향후 대규모 전산시스템 구축 등으로 인한 데이터 이전 시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 임시방편적 시스템 구축은 탈피해야 = 솔루션 구축을 통해 바젤Ⅱ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일부 은행에서는 시간에 쫓겨 이상적인 방법보다 임시방편적 방법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여신, 수신, 외환, 신용카드, 유가증권 등의 데이터중 일부 래이팅 데이터 등 직접 바젤Ⅱ 시스템에 연계되는 데이터를 제외하고는 DW를 통해 하나의 공통된 연계 모듈로 연결되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새로 생기는 데이터들로 인해 DW에 부하가 걸리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후발 은행들은 DW를 개선하는 작업보다는 직접 바젤Ⅱ 시스템에 연계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문어발식 연계로 인해 향후 데이터 검증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된다.
따라서 바젤Ⅱ 프로젝트의 취지에 맞춰 시스템 구축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외부 전문가들의 충고다.
신혜권 기자 hk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