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로 존립여부 판단하겠다.”(금감원 관계자)
얼마전부터 ‘재정경제부’와 관리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이 부동산신탁사의 금전신탁을 놓고 갈등을 보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작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경부는 부동산신탁사에게 금전신탁을 허용하는 내용의 신탁업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동안 자금조달 구조가 호황기에는 차입형태가 선순환됐으나 불황기에는 사업 하나만 잘못돼도 연계 부실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차입이 아닌 투자형태의 사업방식을 허가해주기로 한 것이다. 당연히 신탁사들은 신규사업모델 등장을 환영하며 박수를 쳤다.
하지만 ‘금감위원들의 시각’ 문제에 부닥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재경부는 금전신탁 허가를 금감원에 요구했다. 이에 금감위원들의 처음 반응은 “현재 없는 투자자가 금전신탁한다고 나타나느냐”며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다. 이처럼 부정적인 것은 과거 신탁사의 부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전신탁을 허용하기로 결정했을 당시에도 “재경부의 요구가 워낙 강력했다”며 마지못해 결정한 느낌을 받게 했다.
시장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한 신탁사에게 두 기관의 신경전은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신경전으로만 그쳐야 하는 신경전이 신탁사 인허가로까지 자칫 영향을 미칠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재경부가 ‘개정 신탁업법’의 4월 시행을 위해 시행령 개정안 마련에 들어가자, 곧바로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금전신탁을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은 점차 멀어져 가고 있다.
신탁업법이 시행돼도 금전신탁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금감원이 그리 쉽게 내주지는 않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 신뢰부족을 이유로 “금전신탁이 당장 허용되더라도 실제 허가를 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가 당장은 금전신탁 인허가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더 나아가 신탁사의 존재여부를 결정짓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평가결과가 좋지 못한 회사는 퇴출될 수 있다는 엄포다.
지난해 간운법, 부동산투자법 등 금융과 부동산의 다양한 결합이 이뤄지면서 부동산간접투자시대가 열렸다. 적어도 투자장벽은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 유독 신탁사만 빠뜨리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