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많이 뿌렸다고 해서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닌 듯하다. 지난해 비슷한 규모의 A보험사와 B보험사의 IT 투자는 큰 차이를 보였다. A보험사는 IT 투자에 대해 인색한 모습을 보였고 반면 B보험사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였다.
IT 업체에서도 B사는 A사에 비해 평이 좋은 편이었다. 관련 IT 업체들은 “B사는 A사에 비해 IT 인력들만큼은 우수한 편이고 경영진도 IT 투자에 대해 적극적인 성형을 갖고 있다”며 B사의 손을 들어준다. B사의 경우는 시스템에 대한 모범사례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IT 업계는 단순 IT 투자와 시스템 구현 현황을 비교했을 때 B사가 A사에 비해 높은 실적을 보여 확고한 입지를 다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발표된 2사분기 시장점유율에서 B사는 A사에 비해 낮은 실적을 보여 관련 IT 업계의 기대를 저버렸다. 물론 이것은 단기 실적만을 두고 평가한 것으로 IT ROI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단순 비교를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미 이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경영진의 마인드가 매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A사의 경우 최고경영진이 보험업을 잘 이해하고 있는 데 반해 B사의 최고경영진은 보험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IT 투자로 도구는 잘 갖춘데 반해 최고경영진의 전략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보험업계는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의사결정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ERP(전사적 자원 관리), SEM(전사전략관리)시스템과 전사 정보 분석을 위한 EDW(전사 데이터 웨어하우징)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해외의 선진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한 컨설팅 업체에 따르면 해외 보험사의 경우 국내에 비해 정보계 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하고 있다.
최근 금융업계는 IT시스템이 필수적인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 고객지원 뿐만 아니라 프로세스를 개선하려는 노력과 의사결정을 단축하는 데 IT 시스템 활용이 늘고 있다. 시스템을 잘 구현하는 것과 동시에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경영진의 인식도 변화돼야 할 때다. 씨앗을 뿌리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고 뿌린 씨앗을 잘 키워 좋은 열매를 맺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송주영 기자 jy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