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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에게 희망과 용기를…”

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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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4-11-2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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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였던가. 체육대회에서 반 대표로 400m 계주에 나서게 됐다. 열 반 중 예선에서 3위까지 결선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는데 우리반은 무리없이 예선 1위로 결선에 오르게 됐다. 결선에서 마지막 주자였던 나는 앞선 주자의 실수로 인해 세 번째로 배턴을 넘겨받아 숨이 턱을 뛰어넘을 만큼 최선을 다해 뛰었다. 하지만 결국 한 사람만 따라잡는 데 그쳐 2위로 계주를 마쳤다.

체육대회 이후 우리반 친구들은 1위를 하지 못한 데 대해 성토에 성토가 이어졌다. 특히나 예선에서 우리반에 뒤졌던 반이 1위를 한 터였기 때문에 성토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만했다. 이후 계주 반대표로 나섰던 우리 네 명은 한동안 기죽은 듯 지내야 했다.

‘1등 제일주의’…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공부도 1등 해야 하고 운동도 1등 해야 하고 음악도 미술도 1등을 해야 비로소 만족하고 인정을 받게 된다.

또 대학도 일류 대학을 나와야 하고 집안도 일류가문 출신이어야 취직도 잘 되고 좋은 지위에 앉게 된다. 이처럼 ‘1등 제일주의’에 빠져 있다 보니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은 은메달을 획득해도 불만스러워 하거나 자기 ‘화’에 못이겨 울그락 불그락 못마땅한 표정을 짖거나 심지어 울어버리기까지 한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 스포츠 스타들이 일시적인 슬럼프로 2군에 보내졌을 땐 큰 일이라도 닥친 양 ‘추락’ ‘위기’ ‘강등’ ‘어쩌나’ 등의 단어가 신문지상을 도배하곤 한다.

이런 인습은 우리 경제활동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무조건 경쟁에서 1등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2등에 그치면 도태되고 만다. 물론 1등을 해야만 기업간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2등을 무시한 1등은 언젠가는 다시 2등 신세로 전락하고 또 도태할 것이다.

올 한 해 동안 증권업계가 IMF 지원시 못지않게 구조조정의 한파에 시달렸다. 1000여명 가까운 인력들이 희망퇴직이란 미명 아래 회사를 떠났다. 아마도 이들은 대부분 1등 그룹이 아니라 2등 그룹에 속해 있었을 것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회사로서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뒤쳐지는 인력에 대한 투자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단행했을 것이라 풀이되지만 회사를 떠나게 된 각 개인에게는 단순한 실직의 채찍이 아니라 어쩌면 인생의 채찍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2등에게 가혹한 채찍을 휘두르기에 앞서 희망과 용기의 당근을 먼저 제시해 줬더라면 어땠을까. 2등에게 이런 포용책으로 1등과 2등 모두가 ‘Boom Up’할 수 있도록 유도해 봤더라면 어땠을까.

모 생명보험회사의 TV 광고가 떠오른다. “지금은 2등이다…그러나…more…”. 아마도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2등까지 일궈낸 데 대해 치하하고 또 앞으로 더욱 정진해 1등에 도달하자는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이런 내용의 광고를 제작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올림픽에서 1∼2위를 다투며 수많은 금메달을 획득하는 미국이나 중국 등의 스포츠 선수들이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따고서도 기뻐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언제쯤 우리 선수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을까.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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