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온라인 증권사들은 오프라인 지점이 없기 때문에 계좌 개설·이용에 따른 모든 사항을 은행에 의존하고 있어 제휴과정에서 다소 부당한 점이 있어도 그냥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연계계좌 수수료 인상에 ‘속수무책’ = 최근 조흥은행이 계좌 개설에 따른 수수료를 기존 3000원에서 7000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특히 온라인증권사의 경우 오프라인 증권사에 비해 ‘신경 쓸 일이 많다’는 이유로 1만원선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타 은행의 수수료가 통상 오프라인 증권사는 5000∼7000원, 온라인 증권사는 1만50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무리한 인상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조흥은행의 계좌개설 빈도수는 타 은행에 비해 다소 떨어졌던 게 사실. 따라서 조흥은행과 제휴를 맺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한번에 타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수료를 인상한다는 것은 다소 이해할 수 없다고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
증권사 한 관계자는 “조흥은행은 그동안 수수료율이 업계 최저 수준이었기 때문에 수수료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한 번에 무려 두배가 넘는 수수료를 올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연계계좌 제휴를 맺게 되면 은행과 증권사간 어느 수준까지는 합의를 이루게 마련이지만 통상 수수료 인상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는 일이 대부분”이라며 “이럴 경우 급한 것은 증권사이기 때문에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연계계좌 시장이 지속적인 둔화세를 보이면서 이에 따른 수익도 자연스레 감소함에 따라 수수료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은행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증권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특정 증권사 밀어주기도 ‘여전’ = 은행들의 특정 증권사 밀어주기도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현재 한 은행당 10개 정도의 증권사들이 한꺼번에 제휴를 맺고 있다보니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은행직원조차 각 증권사의 계좌를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운 데다 투자자 스스로 거래 증권사를 정하고 찾아오지 않는 이상 교류가 많은 증권사 계좌를 권하게 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은행 연계계좌에 대한 지속적인 수수료 무료 이벤트 혹은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는 것. 하지만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해당 은행에 암묵적으로 캠페인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7월 A은행과 대대적인 캠페인을 실시한 B증권사의 경우 연계계좌업무 관련 은행직원들에 대해 해외여행을 보내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B증권사는 이전에도 이 증권사 계좌를 터준 직원에 한해 1계좌당 1000원씩의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제휴사가 늘고 있는 C은행의 경우에는 해당 증권사 합동 캠페인을 실시, 각 증권사마다 1000만원씩의 비용을 받기도 했다.
◆ 연계계좌 시장, 지주사 위주로 재편 = 더욱이 최근 은행계 증권사들이 증가하면서 타 증권사에 대해 배타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어 비은행계 증권사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현재 연계계좌 서비스에 지주사 장점을 최대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굿모닝신한증권. 굿모닝신한증권의 신한은행 연계계좌인 FNA는 총 150만계좌 시장에 60만계좌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굿모닝신한·삼성·신영증권 이외 타 증권사와는 연계제휴를 맺지 않고 있어 지주사 시너지를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LG·우리증권 통합 이후 통합증권사의 새로운 전략으로 지원대책이 마련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비은행계 증권사 특히 지점이 없는 온라인 증권사의 타격은 굉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궁극적으로 공인인증 시스템의 활성화로 인터넷으로도 계좌개설이 가능토록 하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입장.
이에 따라 현재 일부 증권사에서 금융실명제법 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이것이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많은 증권사들이 채널 확대 차원에서 제2금융권과의 연계제휴를 늘리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시중은행에 비해 그 실적이 현저히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지주사 은행들이 타 증권사에 대해 배타적인 영업을 실시할 경우 비 은행계 증권사들이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인터넷뱅킹 정착에 따른 전자금융의 신뢰도가 크게 향상되면서 인터넷 금융거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그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대·환경변화에 따라 법이나 규제의 완화가 시급하다”며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은행연계계좌는 무의미해지는 상황도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