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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性벽’ 아직도 높다”

김민정 기자

minj@

기사입력 : 2004-10-17 17:12

과장급 이상 여성인력 10%도 안돼
단기노동력으로 치부…단순업무에 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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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 전반에서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가 신장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보수적인 집단 중 하나로 꼽히는 증권업계에서 여성인력에 대한 차별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도 업계 전반에 여성들을 단기노동력으로 보는 시각이 높기 때문에 인력 채용시부터 여성의 경우에는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위주의 채용이 주로 이뤄지고 있으며 업무 배치에 있어서도 실무보다는 단순업무에 치중돼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러한 편견과 관행적 차별은 승진에 있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 현재 증권사들의 과장급 이상의 전체 직원중 여성의 비율은 10%도 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 직급 올라갈수록 여성인력 희박 = 증권산업노조가 최근 집계한 ‘증권사 고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산별노조에 가입된 증권사의 여성 인원 비율은 한양증권(26%)이 가장 낮았으며 대투·하나(28%), 우리(29%), SK(32%), 교보(34%), 굿모닝신한(35%), 동원(36%) 순으로 전체 인원의 30% 정도가 여성인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비율은 직급이 높아질수록 더욱 작아져 이들 증권사의 여성대리 비율은 15%, 과장은 6%, 차장과 부장은 고작 1%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동원·하나증권의 경우에는 차장이상의 여성인력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승진현황을 살펴보면 여성인력 부재의 심각성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2003회계연도에서 승진한 과장이상의 여성들은 굿모닝신한증권이 10명으로 그중 가장 많았고, 동원·SK 3명, 대투·우리·교보 2명, 하나 1명, 한양의 경우에는 한 명의 여성인력의 승진도 없었던 것.

이는 남성승진 비율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적은 수치로 실제 가장 많은 여성이 승진한 것으로 나타난 굿모닝신한의 경우 과장급 이상 남성직원의 승진 인원은 89명에 달한다.

증권산업노조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업계에서는 여성인력에 대해 단기간 저비용의 노동력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에 채용, 업무배치, 승진에 있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를 철폐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은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인식전환의 필요성”이라고 지적했다.


◆ 남성위주의 업무배치 승진저해 요소 = 현재 증권사 여성인력들이 다른 직종의 여성들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증권업계 이미지 자체가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워낙 위험요소가 많은 분야인 데다 뛰어난 전문성을 지녀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이제껏 남성중심의 조직문화가 형성되다 보니 여성들이 그들의 네트워크 속에서 확고한 위치로 자리매김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아직까지 남성 혹은 여성에게 적합한 일이 따로 있다는 사회인식이 깔려 있다 보니 채용과 업무부서의 배치 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여직원들을 주로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여성의 특질과 관련된 업무 위주로 배치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업무배치가 성별에 따라 이뤄지게 되면 업무의 순환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못해 여성들의 경우 단순업무에 묶일 수밖에 없게 됨에 따라 직무·직급에서의 성별분리가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낳게 되고 결국 승진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대형증권사 여직원은 “현재 증권업계의 인사제도가 제도적, 명시적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규정돼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도 관행적으로는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같이 입사한 남성동기는 지속적으로 승진하는데 늘 같은 위치에서 비슷한 업무만 하고 있는 자신으로 인해 의욕을 잃어 가는 여직원들을 보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업계에서 남성들에 비해 여직원들이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는 여성들 자체의 책임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비정규직 여성들이 증가하다보니 자신들의 권익신장 보다는 눈앞의 생계걱정으로 이같은 문제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막상 나서지는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여직원들의 경우에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적당히 일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태생적으로 여성들에게 따르는 육아와 출산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 증권사 인사담당자는 “그동안 여성인력들은 육아·출산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한 업무를 연속성 있게 이어가는 데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여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고 증권업계 자체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하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앞으로 10년 후 정도에는 여성인력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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