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은 간접자산운용시장의 활성화를 목표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전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날이다.
이날 이후 부동산펀드, 영화펀드 등 다양한 사모펀드 결성이 가능해졌다.
하나은행이 자산운용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자산운용업계가 가장 먼저 술렁거리며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부동산신탁업계도 자산운용사와 짝짓기에 나서거나 새로 설립을 추진하는가 하면 아예 자산운용사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리츠를 운용하는 자산관리회사(AMC)도 마찬가지다.
내년 4월 부동산투자회사법이 시행되면 부동산투자회사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설립 및 영업활동 제약이 대폭 완화된다. 사업기회만 있다면 은행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부동산펀드 등을 이용해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올해 내년 굶직한 두 제도의 시행으로 자금조달방식이 고도화되고 사업방식도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신탁업계는 향후 사업변화에 대해 논의와 협의를 위해 지난 화요일 협회에 모여 의견을 조율했다.
AMC 경영진은 자산운용사로 전환하기 위한 고민에 빠져 있는 상태다.
◆ 고도화돼 가는 자금조달시장
올해 다올부동산신탁사가 새로 출범하면서 부동산신탁사는 총 6개사가 됐다.
관리 대리사무가 신탁사의 주업무. 그러나 한국토지신탁 대한토지신탁 KB부동산신탁 등이 토지개발에 나서면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들어 간운법 시행과 시장상황 악화로 자금조달방식에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가장 큰 자금줄이던 은행이 부동산 리스크 헤지를 이유로 투자심사를 한층 엄격하게 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특히 저축은행은 한 건당 최대 대출규모가 80억원으로 한정돼 있어 수도권의 경우 최소 4~500억원 규모의 개발사업의 경우는 힘을 빌리기가 어렵다. 점차 파이낸싱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펀드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자유롭게 돈을 끌어들일 수 있고 납입자본금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풍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부동산펀드에 전적으로 기대기도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승인부터 상품판매 자금조달 투자결정단계까지 거쳐야 하는 등 지나치게 절차가 복잡하고 이에 따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시간이 곧 이자비용인 부동산개발에서 이점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또 만기가 정해져 있는 부동산펀드가 연장이 어렵다는 점은 치명적인 애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개발시 사정에 따라 사업이 연장되기도 하는 데 금융기관은 만기연장이 가능하지만 부동산펀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 일반리츠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부동산투자회사법의 개정이다. 개정안은 부동산투자회사의 자본금 인하와 서류상 회사 설립 허용에 따른 법인세 감면을 담고 있다.
설립조건은 낮추고 세제혜택은 높여 일반리츠 시장이 활성화 될 것으로 업계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 신탁사·리츠, 자산운용사 끌어안기
자금조달방식의 변화로 신탁사들은 자산운용사와 짝짓기를 시도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국민은행 계열사 가운데 자산운용사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고 한국토지신탁도 별도의 자산운용사를 만들기 위해 고민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관리공사의 자회사인 국민자산신탁도 별도의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거나 아예 자산운용사로 전환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신탁사는 궁극적으로 자산운용사로 나가야 한다”며 “자금조달방식의 고도화와 함께 이전까지 관리 대리사무 등 제한된 상품제공에서 탈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일단 자산관리업계는 부동산투자회사법의 시행까지 자산운용사 검토는 하지 않는 분위기다. 자본금 기준이 낮춰지고 다양한 투자방법이 마련되는 만큼 신제도 연구에 집중하겠다는 것. 그러나 경영진에서는 부동산투자회사법보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따르는 것이 훨씬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고 투자가 자유로워 자산운용사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부동산투자회사법은 상품 결성에 한계가 있다”며 “간운법과 통합된 기준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신탁사 자산운용사 짝짓기
리츠가 수분양자 역할 대신할 수도
부동산 투자회사별 조속한 시행 원해
◆ 리츠가 수분양자 역할 대신할 것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지만 리츠가 수분양자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특히 상가개발프로젝트에서는 비용절감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체 자금조달이 가능한 리츠가 선분양으로 보다 싼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하고 이를 통해 시공사는 공사비를 낮출 수 있게 되는 구조다.
상가분양의 경우 광고 등 기타비용이 전체 사업비의 5~1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상태로 리츠를 이용할 경우 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가령 리츠에서 상가를 선분양으로 매입할 경우 평당 1000만원짜리 상가를 평당 70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광고비 등을 지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리츠에서 사전에 매입하면 시공사는 공사비를 미리 받아 금융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따라서 상가 완공뒤에 평당 800만원에 분양하더라도 리츠입장에서는 이익이 되는 것이다. 리츠 시공사 금융회사 모두 이익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리츠가 수분양을 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리츠는 통상 투자시점부터 6개월이 되는 시점에 배당해야 한다.
리츠가 부동산을 매입했다가 분양하기까지 6개월이 넘는 기간이 걸린다면 배당이 불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리츠 업계관계자는 “리츠가 여타 투자방법보다 신뢰성이 높기 때문에 수분양도 가능하다”면서도 “배당이 가능한 새로운 투자구조가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 늦어 불만
내년 4월 부동산투자회사법이 시행에 들어간다. 리츠의 형태를 다양화하고 설립 및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아 업계의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특히 리츠업계가 소망해온 프로젝트 파이낸싱도 가능할 전망이어서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그러나 앞으로 6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불만. 겉으로 내색하지 못하고 있다. 간운법의 경우 2개월만에 바로 시행에 들어간 것에 반해 부동산투자회사법은 늦다는 것이다.
또 업계 관계자들은 간운법과 부동산투자회사법 사이에 차이점이 거의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오히려 간운법이 투자에 대해 대단히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할 정도. 실제 두 법사이에 두드러지는 차이는 실물자산 투자기준에 불과하다. 간운법은 부동산 등 실문자산에 70% 이하로 투자해야 하지만 부동산투자회사법은 그 이상도 가능하다.
한편 최근 국회를 통과한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운용중인 실체회사 리츠(일반리츠)와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 이외에 법인세 감면혜택이 주어지는 위탁관리 리츠(페이퍼컴퍼니 리츠)가 새로 도입된다.
위탁관리 리츠는 법인세(법인소득의 29.7%)가 감면돼 수익률이 2~3% 정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개정안은 또 리츠 설립 최저자본금을 현행 5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낮춰 설립을 용이하게 했다.
그동안 금지되었던 차입 및 사채발행도 자기자본의 2배 이내에서 허용해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
(자료 : 건교부)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