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은행들이 전자금융과 관련해 내 놓는 e비즈니스들을 보면 가히 이런 생각이 든다. 이는 정말 고객의 편리함과 은행의 효율적인 업무 개선이나 수익 창출, 비용절감 등을 위해 내 놓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적으로 지난해 9월 국민은행과 LG 텔레콤의 제휴를 통한 ‘뱅크온’ 서비스 개시로 발화된 모바일뱅킹은 올해 초 전쟁을 방불케 했다. 이에 따라 치열한 경쟁을 보이며 은행들은 이동통신사와 짝짓기로 서비스를 최근 일제히 개시했다. 이뿐 아니라 얼마전 국민은행이 전자통장을 출시하자 차근히 준비해오던 은행권 공동 프로젝트인 IC카드 사업도 갑자기 경쟁 체제로 바뀌게 됐다.
앞서 언급한 두 서비스 모두 아직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루지 못한 문제들이 남아있는 서비스다.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국민은행 진영과 SK 텔레콤 진영간의 보안모듈 표준화 문제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 금융결제원도 중재를 못하고 있다. 또 IC카드는 카드 비밀번호와 핀번호의 도입에 대해 은행권과 금융감독원간의 협의가 이뤄지지 못해 앞서 시범테스트를 끝마친 은행들이 모두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이처럼 은행들은 그저 앞다퉈 서비스 개시에 여념이 없는 듯 하다. 그저 어느 한 은행이 앞서 개시를 하면 대부분의 모든 은행들이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이러한 경쟁적 체제만을 문제삼을 순 없다. 또 실제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나쁘다고만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경쟁 뒤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실무자가 숙직실에서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됐다. 경찰에서는 아직 정확한 자살 배경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무에 대한 과다한 부담감과 내성적 성격인 탓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사한 경찰에 따르면 목숨을 끊은 김모 차장은 자신의 수첩에 자신의 능력 부족을 탓하는 내용과 업무에 대한 많은 부담을 나타내는 글들을 적은 것으로 조사됐고 서비스 성공에 대한 심적 부담이 커 늘 실패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노조측에서는 과다한 업무로 인한 자살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사측은 이번 일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하며 애도의 입장만을 보이고 있다.
모든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중요한 것은 은행권 전체가 이처럼 경쟁적으로 서비스 도입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진행했다면 어쩌면 이번 사고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얼마전 한 e비즈니스 관련 부장은 “은행이 제공하는 전자금융은 보이기 위한 것보다는 고객과 은행을 모두 고려해 신중히 준비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는 이번 일을 모두가 거울로 삼아야 하며 금융권 전산 근로자들의 노고도 같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신혜권 기자 hk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