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신업계 진출을 앞두고 있는 미국계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역할에 대해 국내 투신사들은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기대 또한 큰 것으로 보인다.
출혈경쟁이 가속화 돼 투신업계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속에 피델리티가 국내 시장을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마켓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
피델리티가 올 상반기에 투신업을 시작하더라도 2~3년간은 판매망 확보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시장에 차별화된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는 것이다.
피델리티는 지난해 9월 예비인준 신청서를 금감원에 제출했으며 서울 파이낸스센터에 사무소를 개설한 후 최근 법인영업 본부장으로 김영근 상무를 선임하는 한편 1분기중 금감원의 정식인가를 받아 2분기중 투신사를 설립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마이클 리드 사장은 “피델리티 진출은 외국계 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으로서는 분명 위협적인 존재인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피델리티 진출은 한국 시장을 보다 선진화시키고 근본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피델리티 진출은 ‘먹을 것 부족한 파이’인 투신시장의 출혈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한국시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 마이클 리드 사장의 생각.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마케팅팀 임종복 팀장은 “피델리티의 참여로 투신업계의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지만 시장이 보다 커지고 운용면에서 업계 전체로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투신사들은 최근 수탁고가 20여조원이나 감소하는 가운데 피델리티 진출로 더욱 영업환경이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하면서도 시장성숙에 대한 기대도 갖는 분위기다.
한화투신운용 윤태순 사장은 “지난해 SK글로벌, LG카드 사태 등으로 국내 투신사들은 기관투자자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하며 “기관들은 피델리티를 비롯한 외국계 투신사들로 선회할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윤 사장은 “앞으로 현투증권을 인수한 푸르덴셜, 피델리티 등의 외국계 투신사들의 입김이 보다 세질 것”이라며 “그러나 국제적 마인드와 선진 운용기법을 가진 외국계 투신사들은 국내 투신사들에게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투신사들의 수탁고 증가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외계 투신사들의 자연스런 경쟁체제를 유도해 선진시장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
국민투신운용 이창현 마케팅본부 팀장은 피델리티가 수익률에 급급한 투신사의 관행을 개선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 팀장은 “국내 투신사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수익률에 급급한 고객의 니즈에 맞춰 출혈경쟁을 해왔기 때문에 스스로 시장의 관행을 개선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피델리티가 국내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면 국내 투신업계의 구조조정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성모 기자 hs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