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난 2002회계연도(2002.4∼2003.3)에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생보업계가 보험료를 올리려는 데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18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은 올 회계연도 1.4분기(4월∼6월)의 당기순이익이 작년 동기의 1조5천348억원에 비해 절반을 가까스로 넘는 8천86억원에 그친 데다 하반기의 경기 회복도 낙관할 수 없어 경영에 빨간 불이 켜졌다.
특히 콜금리가 지난 5월과 7월에 0.25% 포인트씩 인하돼 연 3.75%로 하향조정됨에 따라 생보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생보사들은 1990년대 초반 저금리 추세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줄도산한 일본 생보사들을 떠올리며 예정이율을 낮춰 경영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보험료 구성요소의 하나인 예정이율은 보험회사가 고객에게서 받은 보험료를 계약 기간에 운용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미리 산정해 놓는 것으로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가 그만큼 오르는 효과가 발생한다.
현재 생명보험상품의 예정이율은 주로 5% 이상의 고정 금리로 책정돼 있어 금융시장의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보다 훨씬 높다는 게 생보업계의 주장이다.
3년 만기 국고채의 수익률은 한때 4% 아래로 떨어졌다가 최근 상승세로 반전돼 지난 14일 4.66%로 마감됐지만 여전히 예정이율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생보사들은 예정이율을 0.5% 포인트 가량 내린 신상품 개발을 완료했으며 출시 시점을 다음달로 잠정 결정하고 마무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이율이 0.5% 가량 내릴 경우 보험료는 10∼15% 정도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AIG생명보험은 이미 지난달 1일자로 예정이율을 5.1%에서 4.5%로 낮춘 신상품 판매에 돌입했다.
그러나 생보사들이 사업비 축소 등 경영 개선 노력은 게을리한 채 모든 부담을 가입자에게 전기시키려고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보험소비자연맹은 생보업계의 2002회계연도 사업비 차익이 3조8천994억원 규모에 달한다며 사업비를 줄이면 보험료를 되레 내릴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생보업계가 지난 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규모인 2조8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고도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는 데 대한 여론의 눈총도 따갑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보험료 인상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사업비 등을 줄이려는 노력이 선행된 뒤에 보험료 인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