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회계제도 개혁, 제대로 하려면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03-26 21:16

전성인 교수(홍익대학교 경제학과)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이 금융시장을 교란하면서 회계제도의 개혁이 시급한 정책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 것은 정책당국도 이런 필요성을 깨닫고 작년 중반 이후 회계제도의 선진화 방안을 조용히 모색해 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 문제를 주제로 전문가 사이에 공청회까지 가졌다.

정부의 이번 회계제도 개혁안을 촉발시킨 구체적 계기는 작년 7월에 미국이 제정한 Sarbanes-Oxley Act였다고 짐작된다. 그동안 나름대로 엄격한 회계제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하던 미국은 엔론 사태 이후 기업의 회계부정에 대해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런 시대적 요구가 Sarbanes-Oxley Act라는 법률로 결실을 보게 된 것이었다.

미국 법은 회계정보의 생산과 관련하여 그 진실성을 CEO가 인증하도록 하고 내부 준법감시인의 부정고발 의무를 명시하고 외부감사인의 윤리규정과 의무를 강화하고, 회계사를 감독하기 위해 SEC내에 회계감독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그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에 공청회에 부쳐진 우리나라의 시안도 대체로 이런 방향으로 회계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점에서 중요한 부분이 누락되어 있다.

첫째, 분식회계나 허위공시 등 소위 부실표시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처방은 손해배상 소송이다.

따라서 부실표시에 따라 손해를 보게 된 피해자들이 잘못을 지시 또는 묵인한 기업의 관련 담당자나 회계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손쉽게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우리 나라 역시 증권부문 집단소송제를 도입한다고 하면서 이런 문제의식에 일부 눈을 떠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운위되고 있는 집단소송제는 시세조종에 관해서는 폭넓게 집단소송의 문호를 개방해 놓고 있지만, 분식회계나 허위공시 등 부실표시에 관해서는 소송의 대상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통상 가해자와 피해자의 개념규정이 모호한 시세조종 사건과는 달리, 회계법인의 주의의무 태만에 기인한 손해배상 문제는 법적인 논리구성도 정연하고 경제적인 규율효과도 지대하므로 집단소송을 주된 규율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둘째, 기업내 내부통제제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준법감시인이나 기타 감사기능을 수행하는 대리인의 윤리규정과 법적 의무를 명확히 규율할 필요가 있다.

미국 법의 경우 회사를 대리하는 법률가가 회사내에서 비윤리적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경우 이를 시정하도록 CEO에게 권고하고 그래도 잘못이 시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이사회내의 감사위원회에 이를 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즉 변호사의 고객보호의무 때문에 사직당국에 고발하도록까지는 못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충분한 경고신호를 발송해야 할 의무를 지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시안에는 단순히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구축을 의무화한다고만 되어 있을 뿐 구체적으로 내부자의 의무나 이를 감시해야 할 대리인의 의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정하지 않아 자칫하면 이 조항이 빛좋은 개살구가 될 위험이 크다.

마지막으로 감독당국의 역할이 분명치 않다. 이론적으로 볼 때 만일 회계의 투명성 확보만을 생각한다면, 또 감독당국의 역량과 자원이 충분하다면, 감독당국이 회계법인과 기업 모두를 직접 감독하는 문제도 상정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어떤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도 않다. 특히 민간기업의 회계정보의 진실성 여부를 금융감독당국이 직접 검토하는 것은 자칫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자초할 위험도 존재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감독당국은 기업의 회계정보에 대한 일차적 감시기능을 담당하는 외부감사인(즉 회계사와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감독하되, 기업의 잘못은 원칙적으로 회계사가 적발하고 문제가 생기면 시장참가자들이 집단소송으로 해결하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역할은 물고기를 입에 넣어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질서있게 그물을 쳐서 스스로 물고기를 낚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성인 교수(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관리자 기자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기자의 기사 더보기 전체보기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오피니언 다른 기사

1 40代의 고민, 마지막 이직 기회, ‘회사에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홍석환의 커리어 멘토링] 마지막 이직 기회, 40대 직장인의 선택40대 직장인에게 이직은 단순한 직장 이동이 아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과 성과, 가족의 생계, 앞으로의 20년 직장생활이 걸린 중요한 결정이다. 특히 대기업에 근무하는 40대라면 "지금이 마지막 이직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쯤 하게 된다. 반면 남아 있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40대 직장인이 머물 것인가, 떠날 것인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40대 직장인이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성장 정체에 대한 불안이다. 승진이 늦어지거나 더 이상 새로운 기회가 보이지 않을 때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 둘째, 조직 변화에 대한 부담이다. 사업 2 스마트시티 가고 AI시티가 온다 [전명산의 AI블록체인도시 이야기⑪] 선거판의 감초 된 'AI 도시'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있었다.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이 쏟아졌고, 'AI 산업도시'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줄을 이었다. 한 시민단체는 광역단체장 후보 54명과 교육감 후보 58명의 AI 공약을 일일이 분석해 평가 보고서를 냈고, 한국인공지능협회는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가 선거 공약에 사용할 수 있도록 'AI 공약 제안 백서'까지 펴냈다.공약의 완성도를 떠나, 이 현상 자체가 하나의 신호다. 어떤 단어가 정치인 공약으로 나온다는 것은 그것이 표가 된다는 뜻이고, 표가 된다는 것은 시민들이 그 방향을 미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불과 얼마 전까지 도시의 미래를 대표 3 40代의 고민, 임원 승진과 커리어 정체 사이 [홍석환의 커리어 멘토링] 40대 직장인의 고민인생 40대는 불혹이라고 하지만, 직장인은 조직 안에서 가장 복합적인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회사에서는 성과와 책임을 동시에 요구받고, 가정에서는 위로는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부모 용돈, 아래로는 학생인 자녀의 교육비가 무거운 경제적 중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체력과 열정은 예전 같지 않지만, 조직의 기대 수준은 오히려 높아진다. 특히 40대는 “임원이 될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멈출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갈림길에 선다. 누군가는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지만, 누군가는 커리어 정체를 고민하며 불안과 회의를 느낀다.40대에 임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 신문의 연말 임원인사에서 오너 가족도 아니지만,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퇴근 후 주차했는데 수익 발생? V2G의 정체
[그래픽 뉴스] “전쟁 신호를 읽는 가장 이상한 방법, 피자 주문량”
[그래픽 뉴스] 트럼프의 ‘타코 한 입’에 흔들린 시장의 비밀
[그래픽 뉴스] 청년정책 5년 계획, 무엇이 달라지나?
[카드뉴스] KT&G, ‘CDP’ 기후변화·수자원 관리 부문 우수기업 선정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