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 국민, 외환, 우리 등 은행계 카드 노조는 11일 기자회견을 통해“삼성, LG 등 재벌계 카드사가 기업구매카드의 실적을 부풀리려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를 하고 있다”며 감독당국에 대해 특별검사 및 시정 조치를 촉구했다.
그러나 은행계 카드 노조의 주장이 대외적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엔 한계가 있다.
물론 은행계 카드 노조의 주장처럼 부대업무 실적에 기업구매카드 실적을 포함해 대출비율을 산출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정부가 부대업무 비율을 규제한 근본 목적이 현금서비스 등 개인대출의 증가와 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 만큼, 기업대출 성격인 기존의 법인카드는 물론 기업구매카드도 제외된 상태에서 대출비율(총 카드 이용액 대비 현금서비스 비율)을 산정하는 것이 카드사의 개인대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신용카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법인카드는 물론 기업구매카드까지 포함해 대출비율을 산출하도록 했으며 이러한 정부 정책의 허점을 삼성·LG카드는 잘 이용했다.
그러나 은행계 카드사는 모(母)은행이 기업의 결제계좌를 보유한‘우월적’영업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재벌계 카드사에 시장을 빼앗겼다.
이는 안일한 태도로 영업을 한 은행계 카드사의 책임이며 점점 치열해져 가는 무한경쟁시대에 치명적인 약점이다.
정부가 설사 잘못된 룰(규정)을 정했다 하더라도 룰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기 보다 정해진 규정안에서 시장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의 최대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계 카드사는 그렇지 못했다.
삼성, LG카드가 계열사를 통해 무려 30조6000억원과 24조5000억원의 구매카드 이용실적(카드사 전체 실적의 61% 차지)을 기록하는 동안 은행계 카드사는 부대업무 비율 산정의 부당성만 주장할 뿐 시장 개척에 소홀한 게 사실이다. 이유야 어쨌든, 최근 마무리된 정부구매카드 유치경쟁에서 재벌계 카드사를 따돌리고 국민은행, 농협, 조흥은행이 전체 카드발급대상 기관의 80%를 독식한 사례는 은행계 카드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은행계 카드 노조가 주장한‘재벌 카드사 계열 분리’요구는 카드사 노조가 주장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삼성, LG카드도 은행계 카드 노조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경영실적에 대한 공시를 확대해야 한다. 그 동안 은행계 카드는 경영실적에 대해 투명하게 밝힌데 반해 삼성, LG, 현대 등 재벌계 카드사는 경영공시를 꺼려 경영실태에 대해 불신을 받아왔다. 감독당국도 은행계 카드 노조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잘못된 정책으로 카드사를 부실화시킨 만큼, 가계부채를 연착륙 시킬 수 있는 대안 모색이 시급하며 △부대업무 비율에서 구매카드 및 법인카드 제외 △적기시정 조치의 한시적 유예 등도 필요하다.
또한 가계대출 시장내에서의 신용카드 역할을 규정한 신용카드산업 발전방안도 시급히 검토돼야 한다.
(사진설명 : 은행계카드 노조는 11일 재벌계 카드사의 계열사간 부당거래와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덕헌 기자 d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