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사의 프로젝트는 LG CNS, 삼성그룹은 삼성SDS, SK그룹은 SK C&C의 차지다. 그룹사 IT프로젝트가 발주되면 다른 SI업체들은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아예 들러리가 싫다며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도 하지만 참여하더라도 열성적으로 수주에 임하지 않는다.
어차피 주인이 정해져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시스템 유지보수도 그룹사의 차지다.
이러한 대형SI업체들의 그룹사 관련 매출은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0%에 이른다.
경기가 좋을 때는 예상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사가 없다면 먹고 살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특히 금융그룹사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금융그룹사의 프로젝트가 다른 그룹의 SI업체에 넘어 가는 일은 더욱 드물다. 다른 업체가 이번 프로젝트에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적합하더라도 맡기지 않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시스템 유지보수에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더라도 불만 한마디 하기 힘들다. 같은 그룹사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금융그룹사들이 다른 SI업체에 일을 맡기지 못하는 속내를 들여다 보면 다른 심각한 문제가 깔려있다. SI업체의 모럴헤저드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의 각종 장·단기 전략과 고객DB 등이 다른 경쟁업체로 넘어갈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그룹사의 SI업체에 일을 맡기면 경쟁관계에 있는 그룹사에 회사의 정보가 노출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경쟁사가 회사의 정보를 꿰뚫고 있다면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없지 않겠는가.
그룹 SI업체가 없는 경우에는 금융그룹사가 없는 SI업체를 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SI업체에서는 이러한 모럴헤저드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다.
만약 다른 그룹사의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자기네 그룹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고객들은 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데...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