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메카니즘 확보 주력…가격변동제 도입 성과
한국ECN증권(장외전자거래시장)이 지난 27일 개장 1주년을 맞았다. 작년 6월 국내 32개 증권사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자본금 256억원으로 출범한 한국ECN증권은 같은 해 12월 ECN시장을 개장했으나 시장운영에 제한요소가 지나치게 많아 거래가 활발하지 못하면서 업계로부터 유명무실한 시장이라는 질타를 받아 왔다.
그러나 내년부터 정부가 정규 시장 종가기준 상하 5% 범위 내에서 가격변동을 허용해줌에 따라 ECN시장의 거래가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한국ECN증권의 이정범 사장을 만나 지난 1년 동안 한국ECN증권의 성과와 향후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1년 동안의 업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ECN시장의 거래규모나 거래대금을 볼 때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시장과 비교해 극히 저조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ECN증권도 매분기 적자를 기록할 수 밖에 없었다.
시장에서 취급할 수 있는 품목도 워낙 적었을 뿐 아니라 제도 규제로 투자자들의 거래를 유도할 만한 메리트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1년은 정부로부터 각종 제도변경을 이끌어 냄으로써 시장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매진해 왔다.
외부적으로는 증권사 및 타 유관기관들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며, 내부적으로는 기업 공시와 합병·퇴출 등 시장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축적하는 데 집중했다.
또 시장으로서 투자자들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산시스템 안정화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결국 당초 예상했던 실적달성은 이루지 못했지만 독립된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첫 발은 내딛었다고 평가한다.
▶내년 허용되는 가격변동제에 거는 기대는.
-우선 정부가 가격변동폭을 정규 시장 종가기준 상하 5% 범위 내로 허용한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속매매가 되지 않고 30분마다 동시호가 체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거래가 얼마큼 활성화될 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가격변동제가 시장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일단 1일 평균거래대금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을 모두 합쳐 1000억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1일 평균거래대금이 48억원임을 감안할 때 가격변동제로 인한 기대가 그 만큼 크다고 말할 수 있겠다.
▶추가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제도는.
-추가적인 개선에 앞서 정부가 국내 증권시장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가 먼저 정립돼야 한다.
즉 정부가 향후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 선물시장, ECN시장을 독립된 시장으로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거래소를 중심으로 각 시장을 자회사로 가져 갈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ECN시장의 제도변경을 다각적으로 요구하기는 어렵다.
만약 각 시장을 독립적으로 가져간다면 무엇보다 연속매매가 허용되어야 하고 ETF(지수상장), 채권 등 거래상품도 다양하게 취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ECN의 존립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까지의 실적을 놓고 볼 때 외부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ECN시장의 존립여부를 가늠한다는 것은 무리다. 시장운영에 대한 신뢰성이 검증받게 되면 정부의 규제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며, ECN시장 거래도 자연스럽게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 ECN시장 평가는 그때 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김성호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