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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일본의 금융 개혁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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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11-03 21:08

일본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디플레이션 억제대책은 과감한 은행개혁을 주창했던 다케나카 금융상 겸 경제재정상의 좌절을 보여준 것이었다.

정치권과 은행들의 반대에 부딪쳐 연기됐던 부실채권 처리안을 포함, 이날 일괄 발표된 디플레이션 억제 대책의 내용은 다케나카 원안을 상당 부분 완화한 것으로 주요 쟁점들 대부분이 연구 및 검토사항으로 미뤄졌다.

대책의 내용을 두고 다우존스뉴스는 “일본 정부가 반발을 최소화하는 타협적인 방식을 선택했다”고 언급했으며 이코노미스트지는 “너무 미약해 실효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대책의 내용이 “실망스럽다”고 논평하고 따라서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개선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부실채권 해소와 관련된 대책은 부실채권 및 자기자본 산정 기준을 강화해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높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 위기가 예상될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한편 일본은행(BOJ)과 공동보조를 취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BOJ는 대책 발표에 앞서 국채매입한도를 높이고 당좌예금잔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통화완화책을 발표해 이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은행 부실채권 해소과정에서 우려되는 신용경색 및 기업 연쇄도산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권 보유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기존 정리회수기구(RCC)와는 별도로 기업회생지원기구를 설립키로 했다.

이 기구는 주채권은행이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기업의 채권을 공정가에 매입하는 한편 해당 기업에 대한 추가 대출 및 보증 업무를 맡고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대책에는 이와 함께 내수 진작을 위한 1조엔 규모 감세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경기부진으로 인한 세수감소 우려로 실업자 지원 등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에 대해서는 분명한 언급이 없었다.

다케나카 장관의 부실채권 해소책의 핵심 쟁점이었던 부실채권 및 자기자본 산정기준 강화는 원칙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대책은 은행들의 대출 포트폴리오에 대한 엄격한 감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채무기업의 미래 현금 흐름을 감안한 채권 평가 방법을 고려할 것”이라고만 언급, 구체적인 방법도 시한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날 디플레이션 억제대책을 발표한 다케나카 금융상은 “이를 후퇴라고 부를 수도 있겠으나 나는 출발점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다케나카 원안이 상당히 희석됐다는 점에서 고이즈미 정부의 강경하고 일관성있는 개혁정책에 대한 기대가 엷어진 건 사실이다. 대책의 내용이 너무 모호하고 빠져나갈 구멍도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지는 “여러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번 대책이 충실히 시행되기만 해도 일본의 가장 심각한 병증을 치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다케나카 금융상의 위기 의식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케나카 금융상은 대학에 재직하던 시절부터 자산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기업과 은행 부문의 동시 약화를 가져온 부실채권 해소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BOJ는 금리가 이미 제로수준으로 떨어져 있어 추가 통화완화책을 쓸 여지가 거의 없다는 입장이고 재무성은 재무성대로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지출은 생각할 수 없다고 반대해 왔다.

부실채권 해소책 역시 이에 따른 일본 국민들의 부담액이 GDP의 24%에 달하는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정치권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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