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카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고, 수천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내던 카드사들이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 계속되는 악재에 카드사들도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이제 손 쓸 시기는 지났다”며 금융당국의‘탁상행정’을 지적하고 있다.
■ 어느 정도 심각한가
신용카드시장의 위기 상황은 카드채권의 연체율에서부터 비롯됐다.
작년 말 5.8% 정도였던 카드 연체율은 올 3월 6.2%까지 증가했으며 6월말에는 7.9%까지 상승한데 이어 9월에는 11%까지 치솟는 등 연체율 증가 속도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카드연체 문제가 이제 시작이란 점을 감안해 볼 때 어느 정도까지 연체율이 오를지 예측이 안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신용카드업계의 문제는 단순히 연체율 상승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성인병에 걸리면 각종 합병증이 나타나는 것처럼, 각종 시장 악재가 나타나고 있다.
카드시장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한 금융당국이 각종 규제를 취했으나, 카드사에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카드 대출비중 50%이하 조치를 충족하기 위해 실익(가맹점 수수료가 매우 낮음)도 없는 학자금 및 공과금 납부 마케팅 등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회원 유치 및 이용률 제고를 위해 연회비 면제, 무이자할부, 각종 사은품 및 포인트 적립 등으로 인해 엄청난 영업비용만을 사용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현 상황에서 소극적으로 영업하면 기존의 우량회원까지 경쟁사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며 “살아남기 위해 출혈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시장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카드사들의‘서바이벌 경영’이 카드업계를 동반 부실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소리가 높다.
신용카드업계의 문제는 이 같은 문제 이외에도 많다.
정부가 가계부실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신용회복지원제도’를 도입했으나, 정작 다중채무자들은 개인채무를 상환하려 하기보다는 신용회복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려는 모럴해저드의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카드사들은 이들 회원들이 발생시킨 채무를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 수습책 없나
업계는 물론 전문가들도 총체적 난국이란 데 이견이 없다.
따라서 우선 다중채무자의 부실채권을 어떻게 신속히 처리하느냐가 급선무이다.
회수 불능채권을 신속히 정리하고 회수가능 채권은 체계적인 채권회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금융당국은 부실채권을 정리한 회사에 대해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당근책’과 무수익의 고비용 마케팅을 금지시키는‘채찍질’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그 동안 카드사들이 대출(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수익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만큼,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는 또 다시 카드연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회비 면제 및 무이자할부 등의 영업 행태를 금지시키고 카드사 수익을 안정시키는 한편 가맹점 수수료율도 적정 수준을 보장함으로써 카드사 스스로 대출비중을 낮추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덕헌 기자 d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