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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경영인 ‘계급’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9-18 23:37

[茶洞칼럼]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도 전문 경영인이란 용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잭 웰치같은 사람들이나 일컫는 말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도 곧잘 ‘성공한 전문 경영인’이라거나 ‘앞서가는 CEO’라는 위인들을 언론에서 발굴해 소개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에서는 이런 최고 경영자들이 집단을 형성하다 못해 이제는 하나의 계급으로 취급 받고 있는 모양이다. 그것도 자본주의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계급으로 말이다.

한때 자본주의 사회의 꽃으로 모든 월급쟁이들의 부러움을 사던 이들 최고경영인들이 최근들어 회계부정과 과도한 스톡옵션, 과다 비용지출로 비난의 주인공이 되더니만 급기야 ‘자본주의의 적’으로까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역사학 교수인 니얼 퍼거슨은 파이낸셜타임스 주말판에 쓴 ‘정점(頂点)의 마르크스( Full Marx )’라는 칼럼에서 바로 이런 ‘해로운 전문경영인 계급’을 통해 본 자본주의의 모순을 잘 그리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이 글에서 최고경영자 집단을 아예 자본주의의 발전을 방해하는 계급으로 단정짓고 있다. 그가 말하는 최고경영자 계급은 단순히 기업의 중역과 전문 경영인만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 월가의 애널리스트, 기업 내외의 회계 집단, 대기업 이사회, 신용평가 회사, 기관 투자가 등도 이 계급의 주요 구성 요소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들은 정부나 정치인들과 맺은 끈끈한 유대를 ‘경제적 이익 추구와 다른 계급을 착취하는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이 계급의 주요 특징이다.

퍼거슨 교수의 견해로는 현대 사회는 지난 20년 동안 세계 자본주의가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새롭게 탄생한 ‘CEO 계급’이 역시 이에 맞추어 새로 등장한 ‘기생 계급’(노동력이 아닌 투자 수익을 주요 생존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을 착취하고 지배하는 암울한 사회로 변했다고 한다.

퍼거슨 교수는 마르크스의 경제 이론과 계급론을 적절히 차용하여 기존의 노동자와 자본가 계급의 대립과 모순이라는 2분법 대신 전문경영인계급과 기생계급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현대 사회를 해석하는 이색적이면서도 그럴듯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의 평론의 핵심 요지는 적어도 20세기 중반 이전까지 자본주의를 떠받친 양대 계급이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이었다면, 20세기 후반 이후 이를 대체하면서 새롭게 갈등과 모순의 주역으로 떠오른 계급은 최근 엔론과 월드콤 파문으로 말썽을 빚고 있는 최고경영자 계급과, 이에 기생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익명의 대중, 이른바 기생 계급이라는 것이다.

퍼거슨 교수는 미국을 중심으로 지난 100년간의 자본주의 역사를 간략히 정리해 보여주는데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실체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했던 예언은 최근 20년 간 세계 자본주의가 실제로 전개된 과정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주요한 특징으로 ‘자본 집중’‘소수 강탈자에 의한 착취’’주기적인 위기’등을 꼽았다. ‘자본 집중’ 측면을 보면, 미국 전체 가구의 상위 1%가 이미 1980년대 이래 미국 전체 경제력의 4분의 1 이상을 ‘독점’한 사실과 또‘주기적인 위기’측면에서도 세계 경제는 1930년대의 대공황 이후 1989년·1992년·1997년의 주가 대폭락 등 큰 위기를 주기적으로 겪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퍼거슨 교수의 주장에서 마르크스의 ‘고전적 이론’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소수 착취자가 자본가 계급에서 최고경영자 계급으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최고 경영자 집단이 보여준 행태가 얼마나 부정적이면 이런 해석이 나왔는가 싶다. 하기야 오죽하면 뉴욕의 연방준비은행 윌리엄 맥도너 총재가 대기업 경영자들의 과다한 임금을 사회 공동이익이란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삭감해야 된다고 호소하고 나섰을까.

퍼거슨 교수는 이 개념을 이용해 자본주의의 달라진 모습과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가 이 글에서 목표로 하는 것은 부도덕한 미국 기업들이 활개를 쳐온 미국 자본주의의 모순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미국 자본주의 위기의 진짜 원인은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며,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도덕적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또 미국 중산층이 급속하게 최고경영자 계급과 기생 계급으로 양분되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미국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종말을 예고한 마르크스의 불길한 예언이 진짜로 적중하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관심은 미국사회가 이렇듯 자본주의의 말로를 걷고 있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미국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인가에 있다.

강종철 논설위원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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