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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컬럼] 대공황에서 얻은 교훈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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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09-16 08:27

역사교과서가 말하고 있듯이 1930년대초 미국인들이 경험한 대공황은 참으로 심각했다. 미국의 저명한 작가이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존 스타인벡이 그의 걸작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에 잘 묘사하고 있지만 당시의 참상은 실로 심각했고 또 전국적인 규모였다. 서부의 모래바람이 몰고 온 가뭄과 산업자본이 농업에 투입되어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함으로써 대다수 농민들이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향하는 것으로 스타인벡의 비극은 시작되고 있다. 고속도로는 자본의 착취만이 기다리는 도시를 향해 가는 농촌 젊은이들의 행렬로 가득하고 기아와 질병이 범람하는 가운데 도시는 배급빵을 얻어먹으려는 사람들이 끝이 안보일 정도로 줄 서 있다. 굶어 죽은 사람도 무수했다.

로스앤젤레스 필라델피아 등지에선 불만에 찬 실업자들이 떼지어 다니며 횡포를 부렸고 시카고에선 점잖은 교사들이 봉급삭감에 항의하면서 시청으로 몰려가 집단시위를 벌이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 때까지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재향군인 실업자들의 항의데모가 발생하자 갑자기 사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시위장소를 워싱턴 DC로 정하고 정부가 약속한 보너스 지급을 요구하면서 항의데모를 벌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이젠하워 전 미국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이 등장한다. 당시 소령이었던 아이젠하워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지휘를 받으며 이 군인 데모대를 무력으로 해산시켰다. 이 사태는 조기에 무사히 진압하는데 일단은 성공했지만 미국사회를 강경분위기로 흐르게 하는 전기가 되었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그 동안 자연스럽게 형성돼온 낙천적, 긍정적, 적극적인 국민들의 성격이 퇴영적, 비관적, 소극적으로 바뀌면서 일부 계층에선 저돌적, 전투적인 양태로 바뀌는 등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음울한 양상으로 변해 갔다. 사회전반에 걸쳐 불신감이 팽배해지고 냉소주의가 급속하게 확산돼 갔다.

이같이 어려운 여건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분해직전 사태로 치닫던 사회를 재건하면서 대공황 발생이전보다 오히려 더 공고하고 협동적인 분위기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전개했다. 바로 “푸른 독수리(Blue Eagle)’마크를 만들어 국민모두가 ‘협동’의 상징으로 이를 사용토록 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뉴딜 정책, 경제부흥계획에 참여하는 모든 생산업체와 여기서 생산되는 제품, 그리고 이 물건들을 파는 상점엔 모두 이 ‘푸른 독수리’ 마크를 붙이게 했다. 반면 이 마크를 사용하지 않는 공장, 제품, 상점 등은 공존공영의 의미가 함축된 경제부흥계획에 반대하는 것으로 간주돼 시민들로부터 배척 당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같은 방법의 합법성 정당성 여부야 어찌됐든, 대공황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다민족 국가가 해내기 어려운 국민교육을 시켜 나갔던 것이다. 즉 국민들에게 현대교육에서 등한히 하기 쉬운 ‘협동’이라는 소중한 교육을 시킴으로써 국가가 요구할 때는 각자 뿌리가 다른 아메리카인 모두를 뭉치게 하는 훈련을 쌓게 한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교훈이다.

둘째, 비록 추상적이긴 하지만 루스벨트 대통령은 정부가 할 수 있는 노조지원의 범위와 한계를 자연스럽게 정한 것이다. 1935년 8월 그는 빈민층 장애인 노인 등을 위한 여러 가지 사회적 보장과 특히 노동자 보호를 목표로 한 ‘사회보장법’에 서명하면서 정부가 노동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의 범위를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이 법에 명시된 사회보장제도는 결코 완성되지 않을 어떤 구조물의 한 주춧돌을 표현하고 있을 뿐입니다. ---인생행로에서 위험과 불안정이 발생했을 때 그것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정부가 완벽한 보호수단을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정부가 아무리 노조 편에 서있다 해도 개개인의 삶 전체를 완벽하게 보호 보장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셋째, 루스벨트는 대공황을 극복하면서 극도로 저하돼 있던 국민적 사기를 되살려 놓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물론 대통령 취임 후 ‘1백일간의 입법’과 같이 뉴딜정책 수행을 위한 각종 입법조치 등을 신속하게 추진했기 때문에 혁명전야 같았던 국민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또 그는 유명한 ‘노변담화’를 통해 사태를 안정시키고 대 국민설득에 힘썼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그는 힘겨워하며 자포자기 상태에 놓여 있던 국민들의 사기를 회복시켜 주었다. 인생의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 삶의 의욕과 소망을 다시 심어 주고 잊어버린 낙관주의를 부활시켜줄 수 있었다.

IMF사태를 경험하는 동안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왔나. 자문해 보자. 계층간 통합, 협동이 이루어졌는가. 국민적 사기가 고양됐는가. 최근의 경제상황과 앞으로 닥칠지도 모를 어려운 경제여건 변동에 대비해 정치 지도자들과 정부는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주필>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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